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결제 금액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대로 늘었다. 특히 한국 관광 필수 코스로 꼽히는 뷰티 및 헬스 전문 드럭스토어의 결제가 전년 대비 60%가량 급증하는 한국인의 일상 체험 소비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30일 글로벌 결제 기술 기업 비자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발생한 해외 발급 개인 비자카드의 대면 결제 데이터를 분석, 방한 외래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를 발표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소비한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나타났다. 3개국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순위를 유지하며 전체 결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 여전히 한국 관광 시장의 핵심 국가로 나타났다.
이어 대만, 싱가포르, 홍콩, 태국 순이다. 특히 4위 대만과 6위 홍콩은 총 결제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50%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만은 역대 방한 최고치인 147만명을 기록한 바 있고, 홍콩은 57만명으로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반면 태국은 14% 감소하며 순위가 한 단계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부터 전자여행허가제(K-ETA) 재도입으로 일부 관광객의 입국이 거절된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방한 수요의 위축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위 7개 국가의 총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는 방한 외래관광객의 수 자체가 2023년 1103만명에서 2024년 1637만명으로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업종에서도 소비가 다변화되며 전반적으로 K-라이프스타일 체험에 대한 수요가 크게 확대된 양상을 보였다.
가장 많은 결제 금액은 병원이 포함된 헬스케어 업종에서 발생했다. 상위 7개국 기준 전체 금액의 15%를 차지했다. 결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상세 가맹점 기준으로는 피부과 의원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용 시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광객 사이에서 K-뷰티 시술 경험이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뷰티 및 헬스 전문 드럭스토어가 포함된 할인점 업종의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63% 증가하고 업종 순위도 두 계단 올라 5위(10%)를 차지했다. 약국 업종 또한 전년 대비 결제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최근 관광객 사이에서 여드름 치료제, 재생 크림 등 약국 전용 K-뷰티템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가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편의점, 외식, 레저 등 일상적인 소비와 여가 활동 전반에서 결제가 고르게 증가하며 관광객들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를 체험하고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은 헬스케어(19%) 업종에서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전년 동기(17%)대비 비중이 늘었다. 이는 상위 7개국 평균(16%)을 상회하는 수치로 일본이 사실상 헬스케어 업종의 결제 확대를 견인한 주요 국가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인 환자 수는 117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일본인이 44만명(38%)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도 135% 증가한 수치로, 2030 일본 여성을 중심으로 피부 및 미용 시술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태국은 전반적으로 백화점, 소매점, 할인점, 의류잡화점 등 쇼핑 관련 업종의 소비 비중이 평균을 상회하는 공통된 특징을 보였다. 특히 중국은 소매점(20%)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올해에도 숙박(13%) 업종이 타 국가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전년 동기(18%) 대비해서는 소폭 감소하며 완만한 조정세를 보였다.
숙박은 과반이 서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업종의 결제 건수를 기준으로 53%가 서울에서 발생했다. 인천은 지난해 10%에서 올해 13%로 비중이 늘었다. 특히 일본(16%), 미국(14%) 관광객의 방문이 많았다. 이는 공항 접근성, 쇼핑 및 의료 목적의 단기 체류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대만 관광객의 비중이 15%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부산~타이베이 노선을 운항하는 국내 항공사들의 재취항 및 증편에 따른 접근성 향상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제주는 중국 관광객의 비중이 1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패트릭 스토리 비자 코리아 사장은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외래 관광객의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이들의 결제 방식과 업종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 인바운드 관광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데이터 기반의 신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국내 파트너들과 함께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설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