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엔지니어가 '996 근무'…中이 로봇 쏟아낸 비결

입력 2025-09-29 18:02
수정 2025-09-30 01:00
입구에 들어서자 금메달을 목에 건 키 173㎝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품명은 ‘G1’. 생산업체는 창업 2년을 갓 넘은 스타트업 갤봇이다. 지난 20일 한국 언론 최초로 방문한 갤봇 본사는 연구소와 가까웠다. 전 직원 300여 명 중 90% 이상이 엔지니어여서다. 10년 이상 경력의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새내기 스타트업이 ‘로봇 올림픽’에서 우승할 정도로 뛰어난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배터리, 기계공학 등 첨단기술 집합체인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의 최강자는 중국이다. 유비테크, 유니트리 등 선두 업체는 이미 산업 현장에 로봇을 투입했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신개념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갤봇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로봇 올림픽에서 무작위로 뽑은 처방전에 나온 대로 약품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골라내 2㎝짜리 약통에 넣는 의약품 분류 경기에서 우승했다. 자오위리 갤봇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올 7월 말 세계 AI 콘퍼런스에 한 손 잡기만 가능한 제품을 내놨지만, 보름 뒤 로봇 올림픽에는 양손 잡기 로봇을 출전시켰다”며 “천재들이 밤낮없이 달라붙어 2주 만에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갤봇의 성과를 중국식 인재 경영과 기술 경영의 결과로 풀이한다. 공산당의 이공계 우대 정책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매년 이공대생이 470만 명씩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배출된 이공계 인력 중 거르고 거른 2000만 명이 첨단기업에서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 시스템으로 일한다. 그렇게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수십 년 걸려 쌓은 ‘기술 축적의 시간’을 건너뛰었다.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바꾼 원동력도 사람이었다. 핵심 인재에게 수십억원어치 회사 주식을 건네는 파격적인 성과 보상 시스템이 혁신을 불렀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김채연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