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네이버파이낸셜 가치 낮다"…두나무 주주도 몸값 불만

입력 2025-09-29 18:09
수정 2025-09-30 00:58
“자본시장 참여자가 모두 ‘밸류에이션’ 공부에 뛰어들 큰 장이 열렸다.”(한 애널리스트)

약 20조원에 이르는 네이버와 두나무 사이의 전례 없는 빅딜은 주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맞물려 있다. 주식 교환 비율과 적정 몸값을 둘러싸고 두나무 주주, 네이버파이낸셜 주주, 네이버 주주 세 축 간 보이지 않는 싸움이 추석 명절 이후로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주주 설명회 등 공식 절차를 앞두고 주주들은 각자 이해관계를 극대화할 방안을 물밑에서 모색하며 참전 채비를 하고 있다. 시장도 들썩였다. 네이버는 29일 7.02% 상승한 주당 27만4500원에 마감해 두나무와의 빅딜 소식이 알려진 지난 25일 이후 3거래일 연속 급등했다. 두나무 주가도 이날 장외시장에서 한때 17.39% 급등해 연중 최고가(40만5000원)를 새로 찍었다.

◇과도하지 않게 몸값 책정양측은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를 4조7000억원, 두나무 기업가치를 약 14조원으로 잠정 확정해 각 주주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한 교환 비율은 1 대 3 수준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은 각 사 주당 가격에 따라 기존 두나무 주주의 주식 1주를 발행한 신주 2.4주로 바꿔준다. 두나무 측은 다음달 주주들에게 이를 공지하고 관련 설명회를 열 방침이다.

일반적 거래였다면 양사가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었겠지만 이번 거래의 전체 구조를 감안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로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주식 교환 이후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간 합병 혹은 주식 교환을 재추진할 때 통합 법인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크면 네이버 주주의 지분 희석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주식 교환을 반대하는 주주가 행사할 주식매수청구권을 사들이는 데 막대한 자금을 소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두나무 양측은 각 사의 기업가치를 무리하게 책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나무 주가 둘러싼 눈치싸움 치열이번 합병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는 두나무 주주 간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은 특별결의 대상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 등 경영진 지분은 총 38.6%로, 약 27%의 추가 우군 확보가 필요하다.

두나무 측은 우선 주요 주주에 올라 있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등을 설득한 후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의 독자적 상장이 불투명한 현재 지배구조보다 네이버에 합류해 시너지를 충분히 발휘한 뒤 중장기적으로 상장을 시도하겠다고 주주들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 측이 산정한 기업가치인 14조원대 몸값을 고려하면 회사는 반대 주주들의 주식을 주당 약 40만원 수준에 매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약 3조원 규모의 보유 현금을 활용할 전망이다. 다만 두나무 측이 일정 규모 이상의 매수청구권이 모이면 주식 교환을 취소할 것이란 단서를 달 것이 유력해 소액주주의 눈치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에선 상당수가 주당 15만원 내외에서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매수청구권 규모를 잠정 추산하고 있다.

두나무 기업가치를 향한 기대에 상장사인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각각 20.4%, 17.2% 급등했다. 우리기술투자는 2015년 두나무 지분 7.59%를 약 56억원에,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지분 전량을 자기자본을 투입해 총 583억원에 취득했다. 이 지분가치만 각각 1조원, 8319억원에 달하는 만큼 막대한 차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반면 하이브의 주당 매입 단가는 약 58만원에 이른다. 2021년 두나무와 상호 주식 교환을 통해 지분 2.5%를 약 5000억원에 취득했다. ◇미래에셋은 내심 불만네이버파이낸셜 2대주주인 미래에셋그룹은 불만이다. 시장에서 13조원까지 평가(NH투자증권 리포트)된 네이버파이낸셜 가치를 4조7000억원으로 사실상 ‘통보’받는 구조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지분율만으로도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협상력도 막혀 있다. 미래에셋은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서 기업가치를 2조7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미래에셋이 지금 가격대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