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찾은 중국 테크굴기의 ‘심장’은 예상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애플 따라 하기에 급급하던 ‘B급 회사’ 샤오미가 10여 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넘버3로 점프하고, 전기차 시장에도 뛰어든 만큼 목표를 좇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중국식 전체주의 분위기가 팽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본사에서 마주한 직원들의 옷차림과 표정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유분방함이 읽혔다.
반바지에 라운드 티셔츠를 입은 이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 본사 근무 인력 5만 명 중 절반은 칭화대, 베이징이공대 등 중국 명문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다. 중국 테크기업의 상징인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인력들은 2010년 문을 연 변방의 자그마한 정보기술(IT) 업체를 불과 15년 만에 매출 70조원에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세계적 빅테크로 일궜다.◇엔지니어는 샤오미의 ‘영웅’샤오미 인재 전략의 핵심은 엔지니어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획기적 보상 시스템이다. 샤오미는 매년 최고 엔지니어를 뽑아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건넨다. 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 모든 기기를 잇는 자체 운영시스템(OS) ‘하이퍼OS’와 전기차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는 ‘슈퍼 다이캐스팅’,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형 전기 모터 ‘V8s’를 개발한 이들이 이 상을 받았다.
성과를 낸 엔지니어에겐 회사 주식도 무상으로 준다. 2021년에는 엔지니어 122명에게 1인당 38억원어치씩 모두 4600억원어치 주식을 지급해 화제가 됐다. 그다음 레벨로 선정된 3904명에겐 1인당 평균 7000만원어치 주식을 건넸다. 여기엔 20대 엔지니어도 포함됐다. “인재는 샤오미의 모든 것”이라는 레이쥔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앵거스 카이 호 응 샤오미 글로벌 홍보 총괄은 “인재들이 열심히 일해 주가가 오르면 보너스가 늘어나는 만큼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핵심 인재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을 세계 최고 반열로 끌어올린 주단 부사장이 맡은 일에 올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창업자에 버금가는 거액의 장기 주식 인센티브를 안겼다.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BMW 전기차를 디자인한 주역인 리톈위안과 카이 랑거, 크리스 뱅글 등을 거액을 주고 잇따라 스카우트해 ‘디자인 드림팀’을 완성한 게 대표적이다. 레이 회장은 올초엔 딥시크의 핵심 개발자 뤄푸리에게 연봉 1000만위안(약 20억원)을 제안했다. 인재를 얻기 위해 그들이 몸담은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기도 한다. 샤오미는 2021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딥모션을 인수한 뒤 500명이 넘는 석박사급 인력으로 자율주행 연구개발(R&D)팀을 꾸렸다.◇인재 쟁탈전 나선 중국 빅테크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 기업은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중국 빅테크 간 인재 쟁탈전에 불을 지핀 곳은 화웨이다. 2019년 수학·물리·인공지능(AI) 분야 S급 신입사원에게 최대 200만위안(약 4억원)을 연봉으로 주는 ‘천재 소년’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대륙의 인재를 싹쓸이하자 다른 테크기업들도 거액 연봉으로 맞불을 놨다.
알리바바는 AI 인재에 미래를 걸었다. 올해 채용하기로 한 7000여 명 중 60%를 AI 인재로 채우기로 했다. 향후 3년간 클라우드와 AI 분야에 3800억위안(약 75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AI 강자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짠 만큼 이를 현실로 이뤄줄 인재가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졸업 예정자를 미리 채용해 ‘알리바바의 팬’으로 만드는 ‘브라보 102 프로젝트’도 올 4월 가동했다. 경쟁사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입도선매 전략을 쓴 셈이다.
이렇게 빅테크에 들어간 엔지니어 간 경쟁은 취업하는 순간부터 이뤄진다. 해당 분야 최고수 반열에 오르면 그에 걸맞은 돈과 명예가 따라붙는 확실한 성과 보상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국 빅테크에 9·9·6 근무 형태가 자연스럽게 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이 호 응 홍보 총괄은 “샤오미는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거나 9·9·6 근무를 강요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샤오미의 프로젝트의 마감 기한은 늘 촉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샤오미 엔지니어는 직장이 필요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입사했고, 회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으로 헌신에 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채연 기자/항저우=신정은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