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조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미 중앙은행(Fed)이 연내 두 차례(10·12월)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불거지자 차익 실현 욕구도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강세장으로 복귀할 것이란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상장사의 4분기 이익 추정치가 늘고 있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수정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다.
◇ “조정받을 때 vs 연말 강세장”29일 한국투자증권은 10월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3200~3500으로 제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33% 오른 3431.21에 마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많지 않다고 봤다. 대신증권 역시 10월 코스피지수가 3150~3550 사이를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놓고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위에서 움직이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강도가 약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월과 12월에 Fed가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증시엔 장애물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Fed가 연내 2회, 내년 2회 인하하는 시나리오를 선반영하며 랠리를 펼쳐왔다”며 “하지만 상당수 Fed 위원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연휴 이후에도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 역시 강하게 맞서고 있다. 4분기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순이익 합계(205조원)는 사상 최고치(2021년 190조원)보다 7.3% 증가할 것이란 게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수정될 것이란 기대도 시장을 떠받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1년 코스피지수 최고치(3316)보다 7% 더 뛰면 3570, 2차 강세장까지 재현되면 연말에 38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양증권이 전국 주요 지점 프라이빗뱅커(PB)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55%가 “연휴 이후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락을 예상하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62.5%가 코스피지수가 연내 3600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 불확실성 커질 땐 ‘고배당·저PBR’전문가들은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는 배당을 많이 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고배당·저PBR주’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DB증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장주 수익률이 가치주보다 16%포인트 높았다.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면 가장 큰 격차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은 가치주는 오랫동안 외면받았기 때문에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며 “최근 미국에서도 대표적 가치주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매수세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엔 채권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서 배당률이 높고 PBR이 낮은 업종으로는 통신과 철강이 첫손에 꼽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PBR이 1배 미만이고, 배당성향은 높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세아베스틸지주 등의 PBR은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강 연구원은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이 국내 철강업 주가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심성미/선한결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