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산적 금융에 80조 투입한다

입력 2025-09-29 17:10
수정 2025-09-30 00:32
우리금융그룹이 앞으로 5년간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총 8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과 취약계층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전체 대출의 50% 수준인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높일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주주환원을 계획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우리금융 미래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임 회장은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는 것이 국내 은행의 최우선 목표가 되다 보니 그동안 안전한 주담대 중심의 개인금융에 집중했다”며 “부동산 중심 ‘이자 장사’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금융 물꼬를 트는 일에 우리금융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총 80조원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 중 생산적 금융 전환에 쓰이는 자금은 73조원이다. 이 중 10조원은 이재명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국민성장펀드에 투입한다. 국민성장펀드에 출자 규모를 포함한 구체적인 참여 계획을 밝힌 금융사는 우리금융이 최초다.

10조원을 제외한 63조원은 우리금융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자체 재원 63조원 중 56조원은 융자(대출)로 집행할 예정이다. 특히 생산성이 높은 혁신기업 투자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우리은행은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 첨단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내줄 계획이다.

나머지 7조원은 투자 자금으로 쓰인다. 그룹사가 함께 조성할 공동 투자펀드 1조원, 우리투자증권 중심의 모험자본투자 1조원, 자산운용 관련 3사(우리자산운용·우리벤처파트너스·우리PE자산운용) 중심의 ‘생산적 금융 펀드’ 조성 5조원이다.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자금은 7조원이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은 햇살론 등 서민금융대출을 5년간 7조원 공급한다. 우리은행은 저신용자와 성실 상환 고객의 대출금리도 최대 1.5%포인트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처럼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에 금융 지원을 늘리더라도 건전성과 자본 안정성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게 임 회장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우리금융 자체적으로도 역마진 대출을 줄이며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여력을 확보했다”며 “2027년까지 CET1 비율을 13%로 높이겠다는 기존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