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중의 욕설과 야유도 유럽팀 질주를 막지 못했다. 유럽이 홈팀 미국의 대반격을 뿌리치고 13년 만에 라이더컵 원정 우승을 달성했다.
유럽은 29일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제45회 라이더컵 최종일 싱글매치에서 1승5무6패를 거둬 승점 3.5점을 보탰다. 최종 승점 15점을 적어낸 유럽은 13점에 그친 미국을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3년 로마 대회 우승에 이어 2연승을 기록한 유럽은 2012년 ‘메디나의 기적’ 이후 13년 만에 원정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더컵이 유럽과 미국의 대항전으로 굳어진 1979년 이후 원정팀이 홈팀을 꺾은 사례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유럽은 다섯 번이나 원정 우승을 따냈고 미국은 1993년 영국 대회 이후 32년째 유럽 원정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927년 창설된 라이더컵 역대 전적에서 미국은 여전히 27승2무16패로 앞선다. 그러나 라이더컵이 미국과 영국·아일랜드의 대항전에서 미국·유럽 대항전으로 바뀐 1979년 이후 전적에선 유럽이 13승1무9패로 미국을 압도했다.
미국 관중의 욕설과 야유에도 지난 이틀 동안 포섬과 포볼 경기에서 압도적 우세를 거둔 유럽은 이날 싱글매치 12경기에서 승점 2.5점(2승1무)만 보태면 우승할 수 있었다. 유럽은 미국의 반격에 초반 고전했으나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와 셰인 라우리(아일랜드) 활약에 힘입어 우승을 확정했다.
특히 전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호흡을 맞춘 포볼 경기 내내 미국 관중에게 체형 비하 등 인신공격성 조롱을 받았던 라우리가 대회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싱글매치 여덟 번째 주자로 나선 그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2m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러셀 헨리와 싱글매치를 극적인 무승부로 만들었다.
사흘 내내 욕설과 조롱에 시달린 매킬로이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골프는 더 수준 높은 품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번주에는 그걸 보지 못한 순간이 있었다”며 미국 관중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리는 2027년 아일랜드에서 열릴 대회에서 우리 팬에게 이번주 일어난 일들이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할 것”이라며 “상대 팀에 대한 야유 대신 자신의 팀을 향한 응원을 더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