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크기, 가구…내 마음대로 바꾸는 아파트"

입력 2025-09-29 17:06
수정 2025-09-30 00:27
“아파트에서도 방 크기 등 집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집에서 계속 살 필요가 없는 거죠.”

지난 26일 찾은 경기 용인의 삼성물산 ‘넥스트 홈’ 실증 공간(테스트베드). 한 직원이 리모컨 버튼을 눌러 고정 장치를 푼 뒤 방과 방 사이를 벽처럼 가로막은 옷장 중 하나를 밀자 스르르 움직이며 옆방이 나타났다.

이곳은 삼성물산이 2023년 개념을 제시한 미래 주거 모델인 넥스트 홈을 실제 건물로 구현한 곳이다. 3층 건물의 2층과 3층에 전용면적 84㎡ 주거 공간이 하나씩 들어가 있다. 일반적 아파트와 다른 점은 집 내부를 가로막는 단단한 벽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공간을 나누는 것은 모두 가변형 벽(넥스트 월)과 벽처럼 기능하는 움직이는 가구(넥스트 퍼니처), 화장실(넥스트 배스)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장에서 화장실을 통째로 제작해 가져올 수도 있고, 구성 요소를 가져와 현장에서 조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오래전부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집’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연구해 왔다. 넥스트 홈 핵심 기술인 ‘넥스트 라멘 구조’는 수직 기둥에 수평 부재인 보를 더한 라멘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가구 내부 기둥은 없앤 무주(無柱) 형태의 새로운 평면이다. 여기에 원하는 대로 거실, 침실, 주방, 화장실을 배치하기 위해 집 어디에서든 각종 배관과 전선을 연결해 쓸 수 있도록 했다.

넥스트 홈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 완충재와 배관을 깔고 기포 콘크리트와 모르타르로 고르게 한 뒤 마감하는 기존 바닥 공정(습식공정)과 다르다. 습식공정은 앞 작업이 끝나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배관에 문제가 생기면 바닥을 뜯어내야 하고 층간소음이 큰 편이다.

건식 공정인 ‘넥스트 플로어’는 기초 콘크리트 바닥에 스프링 지지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형 바닥을 깐다. 그만큼 공사 기간이 4~5개월 짧아진다. 층간소음도 1등급 기준인 37dB(데시벨)보다 낮은 33dB을 달성했다. 삼성물산이 이 바닥을 개발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넥스트 배스와 넥스트 플로어는 지난해 준공한 서울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게스트하우스와 부산 ‘래미안 포레스티지’ 경로당에 시범 적용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