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무산되며 '기사회생'한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체 혁신에 나선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아침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접견실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제외된 정부조직법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라 향후 금융행정 및 감독 쇄신을 논의하기 위한 취지다.
이날 회동에서 이 위원장과 이 원장은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과 기능, 인력, 업무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해킹사고,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 사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 관련 국정과제를 적극 추진해 나가자고 논의했다.
긴급회동 직후 이 위원장은 금융위 간부들을 소집했다. 간부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 나왔던 금융 행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한다"며 "소비자 보호 기능 등을 제고하기 위해 조직 및 업무 재편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국내 20개 은행장과 간담회에서도 잇따라 소비자 중심 금융 등으로 대전환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금감원 대강당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서 이 원장은 "소비자보호 업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소신 및 선호가 떨어지며 업무에 소비자보호 관점을 섬세하게 반영하는 데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간 관행적인 업무 절차와 조직문화를 과감히 폐기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쇄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일 출범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한다. 기존에 기획전략 부원장보가 맡은 단장은 수석부원장이 맡는다.
오는 12월엔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소비자보호 총괄본부로 격상하는 등 전면적인 조직개편에 나선다. 금소처 산하 분쟁조정국을 은행·중소·금융투자·보험 등 각 업권별 본부로 편제한다. 감독·검사와 민원·분쟁조정 업무 간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민생범죄대응총괄단을 가동하고, 원장 직속으로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