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I 대전환'…산업·행정 혁신 속도 낸다

입력 2025-09-29 16:18
수정 2025-09-29 16:19
경기도가 인공지능(AI) 혁신 전략의 전면에 섰다. 산업과 복지, 행정을 아우르는 AI 대전환을 선언하며 글로벌 AI 허브 도약을 본격화했다.


경기도는 7월 7일 ‘AI 등록제’를 시행했다. 도와 시군,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AI 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하는 제도다. 초기 등록 사업은 73개. 등록제는 단순한 사업 목록이 아니다. AI 기술 유형, 데이터 출처, 개인정보 처리 여부, 성과와 윤리적 고려까지 21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도민에게 공개한다. 도민은 언제든 대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는 현황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행정의 신뢰와 책임을 확보하고 있다.

AI는 복지 현장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 ‘AI 노인말벗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주 1회 안부전화를 걸고, 세 차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사회서비스원과 읍·면·동이 직접 확인한다. 위기 징후가 발견되면 긴급 출동이나 복지 서비스로 연계된다. 8월 말 기준 누적 이용자는 7000여 명, 발신 건수는 15만 회를 넘어섰다. 식량이 부족하거나 자살 충동을 호소한 사례, 폭염 속 실종 사례 등이 포착돼 긴급 대응으로 이어졌다. 전화 한 통이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고독사 예방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전력 사용량, 통신 기록, 생활 활동 데이터를 결합해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이상 신호를 포착한다. 위험이 감지되면 AI콜과 관제센터가 확인하고, 필요하면 긴급 출동으로 연결된다. 안산시에서는 안부 전화를 받은 고령자가 도움을 요청해 119가 출동하는 사례도 있었다. 8개 시·군에서 1300여 명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데이터 기반 예측 모델과 긴급 대응 체계가 결합해 고독사라는 사회 문제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AI 돌봄도 본격화됐다. 도내 5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는 CCTV와 영상분석 시스템이 설치돼 도전적 행동이 자동 기록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분석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8월 말까지 136회 컨설팅이 이뤄졌고, 보호자 만족도는 83%를 웃돌았다. 자해와 이탈 같은 위험 행동이 줄어든 사례도 보고됐다. AI가 돌봄 현장의 부담을 덜고,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돕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인재 양성과 교육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았다. 지난해 10월 성남에 세운 ‘경기 AI 캠퍼스’가 그 무대다. 도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청년층을 위한 AI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을 확대했다. 경기도는 도민 리터러시 교육과 초·중·고 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는 단계별 AI 교육도 운영하는 등 도민 누구나 기본 AI 역량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교육 차원을 넘어선다. 제조, 로봇, 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 등 경기도 주력 산업과 AI를 융합할 인재를 길러내는 전략이다.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글로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게 경기도의 판단이다.

산업 기반 확장은 클러스터 전략이 맡는다. 도는 주요 산업 거점 6곳에 AI 클러스터를 마련해 산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존 산업의 AI 전환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대한민국 AI 대전환’의 교두보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판교·시흥·하남에는 대규모 ‘경기 AI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성남 상대원, 부천, 의정부 등 전통·일반 산업단지에는 중규모 클러스터를 설치해 AI 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을 촉진한다. 이는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클러스터는 경기도를 아시아 AI 허브로 도약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행정 혁신의 핵심은 ‘소버린 AI’다. 도는 핵심 데이터와 AI 자원을 직접 관리해 해외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민원 처리, 교통 관리, 환경 모니터링, 재난 대응 같은 행정 업무 전반에 AI를 투입한다. 등록제와 돌봄 서비스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소버린 AI를 구동하는 기반 자산이다. 경기도는 국가 차원의 AI 주권 실험장을 자처하며 행정의 새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성과와 과제는 나란히 놓여 있다. 성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노인말벗 서비스 발신 15만 건, 고독사 예방 서비스 이용자 1300여 명, 발달장애인 맞춤형 컨설팅 136회가 대표적이다. 데이터 품질과 윤리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성, 설명 가능성 확보가 필요하다. 지역별 격차 해소도 중요한 숙제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AI는 국가 패러다임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이라며 “경기도는 발 빠르게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우고자 이를 선도할 모델을 구축했고 이재명 정부 1호 공약이자 핵심 국정과제인 ‘AI 3대 강국 도약’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