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대출 중단·우체국 택배 막혀…명절 코앞 '민원대란' 예고

입력 2025-09-28 18:12
수정 2025-09-29 01:57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말 내내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공 서비스에 큰 차질을 빚었다. 정부 전산 시스템 이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시스템 복구가 늦어져 이 같은 혼란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말 각종 조세 납부와 행정 처리 기한이 만료되는 데다 다음달 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업무를 재개하는 29일부터 ‘민원 대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각종 정부 민원 서비스 ‘이용 불가’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시스템 운영이 주말 동안 중단돼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해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높이고,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이날 오전부터 복구 작업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법원 전자소송포털과 인터넷등기소는 27일부터 ‘서비스 불가 안내’를 공지하고 있다. 민원인들은 소송 관련 업무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 내·외국인 실명 확인, 주민등록정보 등 행정정보 첨부문서 연계, 토지 이용계획 조회 등도 할 수 없다.

전국 지자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간편인증 시스템 장애로 카카오톡, 네이버 등 간편인증이 불가능하다”며 “공동인증서만 이용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전체 411개 전산시스템 중 대시민서비스 38개, 내부 시스템 26개 등 총 64개가 중단되거나 일부 기능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등 전국 지자체는 정부시스템과 연계된 20여 개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국민신문고, 정부24, 문서24, 정보공개포털, 나라장터 등과 데이터 송수신이 되지 않는다. 버스, 택시, 도로 등 시민들이 겪는 교통 불편 신고 서비스도 접속이 안 되고 있다.

각 읍·면·동 무인 민원 발급기 업무도 중단됐다. 여권 신청 및 발급 과정에서 전자 서명을 할 수 없다. 지자체 간 온라인 공문이 발송되지 않아 행정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원들은 이메일을 사용하지 못해 공문서를 전자 팩스로 보내는 등 과거 방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앞두고 우체국 대란 우려도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지던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가 중단되는 등 금융 소비자 피해도 잇달았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은 최소 1개 이상 신용대출 상품의 모바일 판매를 중단했다. 신용대출은 대부분 공공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심사가 이뤄지는데 이번 화재로 공공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입출금계좌 비대면 개설도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모바일 신분증과 여권 진위확인 서비스도 대부분 금융사에서 막혔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이용객이 몰리는 우체국도 비상이 걸렸다. 추석용 택배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에 이번 사태가 터져 우편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직장인 김유빈 씨는 “지방에 있는 지인에게 보내기로 한 명절 선물을 못 보내게 됐다”고 했다. 우편 서비스와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도 한때 먹통이 돼 우체국 체크카드로 민생회복지원금을 받은 시민은 당장 물건 구매가 어려웠다. 시민 김성희 씨는 “결제 과정에서 ‘은행·카드사 점검 중’ 오류 메시지가 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우체국 금융 서비스는 재개됐지만 우편 서비스 복구는 시간이 더 걸려 29일께 정상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보건복지 분야 정보시스템 마비도 지속되고 있다. 복지부와 소속 기관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장기·조직·혈액 관리, 이식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KONOS)도 먹통이 돼 이식 대기 중인 환자와 보호자 등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과 지방교육행재정통합시스템(K-에듀파인) 등 교육시스템도 일부 기능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리/정의진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