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전기차' 이미지 지운다…中, 수출 허가제 도입

입력 2025-09-28 17:12
수정 2025-10-13 16:03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자동차 수출을 허가제로 바꾼다. 전기차 업체 간 과도한 가격 할인을 방지하고 ‘싸구려 중국산’이라는 평판을 지워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업체의 밀어내기식 수출 확대로 미국·유럽 등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요인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부터 전기차 수출이 허가제로 바뀌면 생산부터 선적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전망이다. 다만 수출 물량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가 과당경쟁에 강경한 태도지만 시장 경쟁에 따른 기술 혁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무허가 업체 수출 원천 차단 28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26일 내년 1월 1일부터 순수 전기 승용차에 대해 수출 허가증 관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가 공업정보화부·해관총서(관세청)·시장감독총국과 함께 실시하는 조치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무분별한 수출과 사후 서비스 미비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결정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수출이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이미지와 평판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국과 해외 시장의 가격 질서도 흐트러지고 있다고 봤다.

이번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 자동차 제조사나 자동차 제조사의 승인을 받은 공식 법인만 순수 전기 승용차 수출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가솔린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은 이미 허가 관리를 받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기존보다 심사 절차가 추가돼 생산에서 선적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오토모빌리티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중국 전기차 수출은 131만 대(하이브리드+순수 전기차)를 기록했다. 7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129만 대를 넘어섰다. 2020년만 해도 100만 대 미만이었다. 중국 내 소비 시장이 움츠러든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산업의 과잉 생산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수출 물량을 대거 늘린 영향이다. 우쑹취안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 정책연구실 주임은 “그간 허가받지 않은 수출 업체가 대거 시장에 참여해 사후 서비스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사용자 경험과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개별 업체 압박은 없을 듯”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 시장 관리·감독 수준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제조 업체는 파산 직전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장기적인 건전성 우려까지 부각되면서 중국 정부는 시장 질서 단속에 고삐를 죄고 있다. 수년간 이어져 온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단속하고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공급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을 신속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지방정부엔 과도한 보조금을 삭감하라고 경고했다.

일부 모델 가격을 34%까지 인하한 비야디(BYD)와 니오 등이 이끄는 중국 전기차의 막대한 수출 공세는 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 갈등까지 키웠다. 자국 내 과잉 생산 문제를 해외 시장으로 분산하면서 미국·유럽 등의 반발을 자극한 셈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갈등 빌미를 줄일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잇달아 나온 시장 관리 대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전기차 업체들에 더 이상 강경한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내부 전기차 전환과 시장 규모 확대가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개별 업체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관측이다.

UBS에서 중국 자동차 부문 분석을 총괄하는 폴 공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장 내부 경쟁으로 기술 발전이 빨리 이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오토모빌리티의 설립자 빌 루소도 “성공하려면 규모가 필요하고, 규모를 얻으려면 할인 가격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는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