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내 고향과도 같은 곳"

입력 2025-09-28 16:46
수정 2025-09-28 23:53
“부산은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지난 26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에서 신작 ‘루오무의 황혼’으로 ‘부산어워드 대상’을 받은 장률 감독(63)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부산이 불러준다면 언제든 뛰어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아장커 등과 함께 BIFF를 발판 삼아 세계적 영화인으로 거듭난 감독으로 꼽힌다. 2005년 ‘망종’으로 뉴커런츠상을 받은 이후 2016년 선보인 ‘춘몽’은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는 등 내놓는 작품마다 BIFF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고향이라 부를 만큼 부산과 BIFF에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장 감독의 삶을 아는 시네필 사이에선 사뭇 생경한 풍경이다. 옌볜 출신 중국동포 3세인 그가 한국과 중국 사이에 낀 ‘경계인’으로 살아왔다는 점에서다. 영화에도 마흔 살이 돼서야 발을 들였다. 이창동 감독처럼 소설가로 등단해 명성을 쌓은 그는 톈안먼 사태 이후 창작활동에 제약을 받던 가운데 영화감독인 친구와 술자리에서 설전을 벌이다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게 영화”라며 그길로 연출에 나섰다. 이방인의 감각에 기반한 예술적 정체성과 고민을 보여준 그가 BIFF만큼은 정착의 감정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BIFF가 100주년을 맞는 해에도 반드시 이 무대에 서겠다”고 말해 관객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루오무의 황혼’은 중국에서 만든 세 번째 장편으로, 중국 아미산 인근 작은 마을 루오무를 배경으로 헤어진 연인의 흔적을 좇는 주인공 바이(바이바이 허 분)의 여정을 그렸다. 사랑과 상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이를 표현하는 실험적 형식이 돋보인다. 장 감독은 “후반작업 중인 영화를 ‘루오무의 황혼’보다 먼저 찍었는데, 이 영화만큼 밝지 않다”며 “(내 영화는) 점점 더 밝은 쪽으로 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이 위기를 겪고 영화제의 지속도 장담할 수 없는 시점에 탄생한 부산어워드를 거머쥔 장 감독은 영화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영화는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한다”며 “확실하게 밝다고 하면 교만한 것이고, 그렇다고 어둡다고 하긴 싫다”고 말했다.

부산=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