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색 벗었다…글로벌 창업 축제로 떠오른 '플라이 아시아'

입력 2025-09-28 16:08
수정 2025-09-28 16:09

부산시가 독자적인 창업 생태계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아시아 창업 축제 ‘플라이 아시아’를 통해서다. 정부의 창업 행사 유치에 힘을 쏟는 대신 자체 예산으로 독립적으로 만든 축제가 플러그앤플레이와 같은 글로벌 투자사와 LP(유동성공급자), 해외 스타트업을 부산으로 끌어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축제와 공간(스타트업 파크, 유니콘 타워), 전국 최초의 지자체 주도의 스타트업 투자 펀드(부산미래성장벤처펀드, 부산혁신스케일업벤처펀드)가 지역 창업 생태계의 특성을 살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4년 만에 훌쩍 성장한 플라이 아시아28일 부산기술창업투자원(창투원)에 따르면 지난 22~23일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이 아시아에 47개국에서 2만여명이 찾았다. 지난해(33개국 1만5000명)보다 규모 면에서 훌쩍 성장했다. 네이버클라우드,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등 빅테크 및 대기업과 삼진식품 등 지역 중소·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을 만나거나 스타트업이 투자사를 만나는 밋업 행사는 이미 플라이 아시아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밋업 건수는 2022년 624건, 2023년 830건, 지난해 1272건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부산에 대규모 펀드가 조성되면서 이에 기반한 투자 중심의 밋업이 올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부산시는 분석하고 있다.

질적인 성장도 일궜다. 국민연금공단 한국투자공사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사학연금공단 IBK기업은행 신한캐피탈 BNK캐피탈 등 스타트업 투자펀드의 자금줄이 될 LP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대거 부산을 찾았다. 특히 VC 등 투자사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52개의 투자사가 부산을 방문했는데, 올해에는 180개사가 행사에 등록했다. 작년 6개국 41개사 규모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올해 14개국 48개사로 늘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PNP)는 특히 이날 열린 행사를 통해 한국 현지화를 공식화했다. 조조 플로레스 PNP 부사장은 지난 22일 플라이 아시아 개막식 기조 강연에서 “부산은 22개의 대학과 항만물류, 제조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도시”라며 “물류·제조 기반에서 세계 AI(인공지능)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플로레스 부사장은 개막식을 시작으로 HD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임원진을 만나며 한국 진출을 위한 TFT 구성을 구체화했다. ◇창업 생태계 ‘신(新)버전’ 부기테크·마켓창고지난 22일 부산 벡스코. 이날 개막한 아시아 창업 엑스포 개막식과 함께 열린 ‘부기테크’ 행사장에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과 삼정개발·에이엘로봇 등 스타트업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4000여억원 규모의 미래성장벤처펀드 1호 투자를 축하하는 타종 행사를 위해서다. 부산시는 지난해 1011억원 규모의 부산 미래성장벤처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에 맞춰 2996억원의 자펀드가 조성됐다. 올해에는 부산 혁신 스케일업 벤처펀드(1011억원)가 조성됐으며, 이에 맞춰 2017억원 이상의 자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날 1호 투자 기업으로 선정된 삼정개발과 에이엘로봇을 계기로 나아가 부산시 조성 펀드의 LP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산업폐수를 처리하는 삼정개발은 최근 부산 사하구에 신규 공장을 준공하면서 폐수뿐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 전자산업의 고농도 폐산·불산 폐액까지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아그룹과 에스앤에스텍과 연계해 폐기물 분야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로봇용 토크센서와 제어장치를 개발하는 에이엘로봇은 일본의 글로벌 기업 화낙과 두산로보틱스 등에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성 부시장은 “지역 스타트업이 가장 목말라 하면서도 정책적으로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가 바로 자금 조달”이라며 “부산시가 최근 자체적으로 만든 펀드는 이런 숙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무대에서 강조했다.

한편 로컬 F&B(식음) 브랜드 5곳을 모아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 공간 마켓창고는 행사 기간 동안 콘텐츠 조회 수 442만건, 현장 방문 3000건, 결제 1158건을 달성하며 ‘미식 콘텐츠’를 널리 알렸다. 부산기술창업투자원과 부산시는 마켓창고 콘텐츠를 계기로 소상공인 분야 투자 확대와 함께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만의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며 “펀드·공간·축제 등 핵심 창업 자원을 독자적으로 확대하고 질적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