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방안을 놓고도 기재부가 준(準)내전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기획예산처 소속 공무원들은 새 부처의 인사 적체가 불 보듯 뻔하다고 불만이다. 조직 규모에 비해 간부들의 규모가 많은 ‘가분수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 결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식구였던 간부급 공무원들을 서로 데려가지 않겠다며 밀어내는 내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갈등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기재부는 최근 이형일 제 1차관과 임기근 제 2차관을 중심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 조직을 만들고 기획예산처 신설에 따른 인사 이동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진명 기획조정실장의 중재하에 재정경제부를 대표하는 이 차관, 고 국장이 기획예산처 대표인 임 차관, 김 국장과 내년 1월 나뉠 부처의 명운을 걸고 조직과 인사 분리 방안을 논의하는 조직이다.
재정경제부 잔류와 기획예산처 전출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할지를 따져보는 직원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로비전은 치열해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혼란을 막기 위해 올 12월에 ‘인사 동결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문제는 1급 인사가 미뤄지면서 자신이 이동하고 싶은 부처를 어필할 윗선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새 예산처엔 기재부 조직도상 예산실과 재정정책국, 재정관리국에 더해 1차관 산하의 미래 전략국 중 일부 과가 이동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기획조정실이나 대변인실을 제외한 실무조직에선 실장(1급) 한 자리와 국장(2급) 세 자리만 있는 ‘초미니부처’가 된다.
문제는 인원이다. 지금 기재부 각 실·국에서 근무 중인 직원에 더해 휴직이나 파견 등으로 자리를 비운 미 보직자까지 더해질 경우 부처가 ‘깔때기’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예를 들어 ‘출신’ 기준으로, 2008년 이전 예산처로 입직한 이들을 모두 예산처로 이동할 경우 과장급 이상인 직원들이 기형적으로 많은 구조가 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예산실에만 국장 4명이 본부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할지부터 문제”라고 했다.
국장급을 제외하더라도 기재부 내에 예산처 출신 인사들은 적지 않다. 예산처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 5월 만들어져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2월 폐지됐다. ‘기획예산처 직제’ 자료를 살펴보면, 예산처는 1999년 정원 248명으로 시작했지만 2007년엔 401명으로 불어났다. 당시 직원들은 예산처의 정원이 400명 수준일 뿐, 실제 직원 숫자는 500명을 웃돌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250명으로 시작한 조직이 어떻게 8년 만에 두 배로 불어서 돌아왔는지 다들 놀라워했다”며 “예산실은 ‘자가 발전’한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당시 예산처가 급격히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조직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예산처는 정책기획 조정기능을 담당하는 기획관리실을 제외하고 총무과와 정부개혁실, 예산실, 재정기획국, 예산관리국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8년만인 2007년엔 정책홍보관리실과 재정전략실, 예산실, 성과관리본부, 공공 혁신본부로 커졌다. 당시 예산처 소속이었던 기재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권한 분산’을 위해 재정경제부 대신 예산처에 힘을 많이 실어줬다”며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도 당초 재경부가 관할하기로 했었지만, 예산처가 맡게 됐다”고 했다.
예산처 이동이 유력한 직원들은 “이제는 그때처럼 조직을 키울 수도 없다”고 토로한다. 공공국을 재경부에 두고 갈뿐더러, 기재부가 여당으로부터 예산 기능을 이유로 견제받는 상황서 기능을 확대하기도 부담된다는 반응이다. “더 이상 파고들 영역도 딱히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인사 적체를 해소할 카드 중 하나인 국제기구 파견 TO를 어떻게 나눌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기재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국제기구에 직원을 파견해놨다. 이 자리로 파견을 나가면 본부 자리가 비기 때문에 숨통이 트인다.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다음 교육연수를 받는 직원들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쟁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원이 정원을 초과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정영효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