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관계자 "경주APEC계기 북미정상대화 가능성 배제못해"

입력 2025-09-27 22:59
수정 2025-09-27 23:00
정부 고위관계자가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내달 북미 정상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비판한 것과 관련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독자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선 “당연히 우리 정부는 핵무장에 아무런 계획이 없다”며 “다음 정부도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경주 APEC서 2019년처럼 판문점 방문하나

이 관계자는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재개될지를 질문받자 “지금으로선 단정적으로 말하기 곤란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북미 정상 간의 대화는)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지난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예정 없이 한국을 방문,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APEC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북미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대화에 대한 의향을 피력한 이후 달라진 정부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김 위원장이 '북한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 의향을 피력하기 전만 해도 APEC 계기 북미대화 가능성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유엔 정상 환영 만찬에 이 대통령이 불참한 데 대해서는 “정상들만 갈 수 있는 리셉션이었고 인사만 하고 끝나는 자리였다”며 “불과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만큼 참석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만찬에는 스페인 국왕과 일본·호주 총리 등 145명이 참석했지만, 이 대통령은 같은 시각 강경화 주미대사 내정자, 코리아 소사이어티 토머스 번 회장, 캐슬린 스티븐스 이사장 등과 만남을 가졌다. 韓·美 비자 워킹그룹 신설…호주 벤치마킹
조지아주에서 있었던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미 정부와 비자 문제 협의에 대해선 “기업 투자 시 별도의 비자 카테고리를 신설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체류 자격을 확보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주가 미국 정부로 받고있는 전문직 비자를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지난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별도 입법을 통해 매년 1만500개의 전문직 비자(E-3) 쿼터를 확보했지만, 해마다 비자 쿼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 미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도 포함할 수 있다”며 “어떻게 하는 게 빠르고 현실적인지 워킹그룹을 통해 미 측과 교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핵무장 생각 말아야”

또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와 관련해 “한국이 잠재적 핵보유국이 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이번 정부는 물론 다음 정부도 핵무장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고위 관계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 이른바 ‘동맹파’가 너무 많다며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개혁을 주장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안이 동맹파와 자주파로 나뉘어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이 대통령 뜻도 그렇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참석자들 모두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실용파’”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