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엘런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쳐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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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TV의 새 프로그램 ‘고두현의 영상시편’이 이번 주 월요일 오후 5시 30분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매주 3회(월?수?금) 클래식과 함께 30분간 방송됩니다. 내레이션은 배우 주수정 씨가 맡았습니다. 많은 시청과 응원을 바랍니다.
첫날 방송된 시는 ‘초보자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오래전 ‘고두현의 아침 시편’에 소개했던 시인데 아래에 관련 내용을 올립니다. 맨 밑에는 방송 영상도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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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처음 시작할 때 읽으면 좋은 시입니다.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는 말은 인생의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일상의 아침, 계획의 첫걸음마다 새겨야 할 삶의 이정표라고 할까요. 어떤 일이든 새롭게 시작할 때 우리는 모두 초보자이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이 구절도 참 멋지죠? 모든 생의 첫날처럼, 아침마다 되새기면서 음미하고 싶은 말입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어렸더라면 이 지침을 더 잘 지켰을 텐데….
미국 문학평론가 시릴 코널리는 “삶은 몇 번이고 엉뚱한 방향을 헤매다가 겨우 올바른 방향을 찾는 미로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경험의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완벽주의라는 노예’에 끌려다니는 데 있지요.
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이 ‘완벽주의자는 자기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페트라 비르츠 박사팀이 50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잘못에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이 더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써 결국 자신을 해쳤습니다.
이들은 일반인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준이 높고, 더 쉽게 피로를 느끼며, 의기소침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나이와 명성에 따라다니는 사회적 압박까지 겹쳤지요. ‘완벽주의’가 사람 잡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은 “어느 길을 갈 지는 당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날마다 ‘완벽’이라는 족쇄에 갇혀 나를 옥죄고 있지 않은지,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하고 지레 포기하진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 무엇이든 좋으니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기로 하지요. 작은 실패가 모여 큰 성공을 이룬다고 했으니 뭐 특별히 손해 볼 것도 없습니다. 일단 ‘경험주의’를 즐겨보자고요.
90세 이상 미국 노인들에게 “90년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가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90%가 “좀 더 모험을 해봤더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하물며 ‘푸른 청춘의 한 시기’를 건너고 있는 우리에게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