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혁신의 아이콘' 머스크의 그림자

입력 2025-09-26 18:21
수정 2025-09-26 23:52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테슬라 모델 Y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었다. 한국에서도 2025년 여름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며 ‘머스크 신화’의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화려한 성과 뒤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테크 전문 기자가 쓴 <머스크 리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이자 테슬라·스페이스X·X(옛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책은 머스크의 비범한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리더십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한다. 저자는 테슬라 자율주행 오토파일럿 사고, ‘420달러 비상장 전환’ 트윗,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규정 위반, 트위터 인수 후 대규모 해고 등 굵직한 사건을 되짚으며 머스크의 행보가 단순한 기행이 아닌 ‘체계적 리스크’임을 강조한다. 그의 몇 마디 트윗으로 주가가 급등락하고, 무모한 결정이 직원과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을 책은 구체적 사례로 드러낸다.

머스크는 ‘능력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찬사를 받지만, 그를 따르던 수많은 이가 경력 단절과 생활 붕괴를 겪었다. 자율주행을 맹신하다 목숨을 잃은 사고, 규제를 조롱하듯 우회하는 태도는 머스크식 혁신이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얼룩져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의 성공은 정부 대출과 보조금, 규제 크레딧 판매에 크게 의존했음에도 머스크는 규제를 ‘창의성의 적’이라 비난한다. 저자는 이 모순적 태도가 투자자와 사회 전체에 어떤 신호를 주는지 묻는다.

특히 한국에서 개인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보유액은 수십조원에 달하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비중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투자자의 손익과 직결되는 만큼 그의 리더십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