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18위 두산그룹의 ㈜두산이 지주회사 지위를 내려놓는다. ㈜두산의 지주회사 적용 제외 신청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받아들이면서다. ㈜두산은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며 향후 인수합병(M&A)과 투자 전략 수립에서 한층 넓은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두산이 이달 초 제출한 ‘지주회사 적용 제외’ 관련 감사보고서와 보유 주식 현황 자료를 검토한 끝에 승인했다. 지주회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기업 자산 총액 5000억원 이상 △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 50% 이상이라는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5조530억원,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 60% 이상으로 지주사 요건을 만족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담보로 5500억원 규모 자금을 차입하면서 자산총액이 늘어났고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주사 지위를 내려놓으면서 두산은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주사는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할 수 없다. 자회사에 대해 상장사 지분은 30%, 비상장사 지분은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자회사 외 계열사나 금융사 지분도 소유할 수 없어 신규 투자와 합작 사업 추진에 제약이 따른다.
업계는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자마자 공정위에 신청 절차를 밟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규제 족쇄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던져 향후 투자와 구조 재편 전략에 즉각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두산이 로보틱스·에너지·건설기계 등 신성장 분야에서 공격적인 M&A나 전략적 제휴를 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두산그룹이 시도했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슈와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두산그룹은 건설기계와 로보틱스 계열사를 합병해 신사업과 기존 주력사업 간 시너지를 노렸다. 하지만 지분 교환 비율 등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모두 ㈜두산의 자회사인만큼 전략적 제휴와 시너지를 위해 향후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전략이 드러나지 않아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그룹 개편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