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느는데 집값은 안잡혀"…한은, 내달 금리인하 고심

입력 2025-09-25 17:38
수정 2025-09-26 01:46
한국은행이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외곽 지역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득 수준에 비해 빚이 많은 취약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수도권 집값이 다시 꿈틀대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은 “집값 상승세 확산 주시”
한은이 25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6·27 대책 발표 후 10주가 지난 시점의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약 0.1%를 유지하고 있다. 2017∼2020년, 2024년 주요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같은 시점의 매매 가격 상승률이 평균 0.03%로 떨어진 것과 비교해 상승률 하락 폭이 작다. 상승률이 다시 올라가는 시점도 과거 약 12주 후에서 10주 후 정도로 앞당겨졌다.

9·7 대책 발표 이후 흐름은 더 심상치 않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대책 발표 후인 9월 셋째 주 노원·도봉·강북구와 금천·관악·구로구의 가격이 각각 0.04%, 0.06% 상승했다고 짚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중심의 상승세가 서울 외곽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기대도 반등하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2로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계속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확산하고, 다른 지역으로 전이되는 모습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취약 자영업자·한계기업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금융 불안 문제와 함께 경기 둔화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했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 차주와 한계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취약 자영업자 차주는 43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저소득·저신용이면서 금융기관 여러 곳에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작년 말(42만7000명)에 비해 1만 명 증가한 것이다.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34%에 달했다. 특히 최근엔 연체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분기 말 전체 취약 자영업자 중 대출을 연체한 자영업자는 25.6%로 집계됐다. 이 비중은 2022년 1분기 말 10.2%를 기록한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한계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작년 말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7.1%로 2023년 말 대비 0.7%포인트 상승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한계기업 중 정상 기업으로 회복되는 사례가 12.8%로 전년(16.3%)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산(39.4%)과 숙박음식(28.8%) 업종의 한계기업이 특히 많았다.

금융기관 건전성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분기 말 0.43%로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가 어려운 대출을 뜻한다. 지방은행 연체율은 1.04%로 2012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를 넘었고, 카드사 건전성도 경기민감업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은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도권 집값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오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취약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등을 위해 금리를 내렸다가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장 국장은 “10월 통화정책은 부동산·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경기,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