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린 국민연금, 삼성전자 다시 늘린다

입력 2025-09-25 17:26
수정 2025-09-26 00:29
▶마켓인사이트 9월 25일 오후 4시 34분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식 매수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주식 급등으로 낮아진 국내 주식 비중을 보완해야 한다는 자산 비중 전략에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2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314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직전 3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총 108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8만6000원을 넘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부터 삼성전자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진 못했다. 미리 정해 놓은 자산군별 목표 비중에 따라 국내 주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중기자산배분안을 정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을 2029년 말까지 매년 0.5%포인트씩 13%까지 낮추는 대신 해외 주식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자산군별 평가액이 달라지면서 매수 여력이 다시 생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확대와 기술주 성장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해외 주식 평가액이 크게 증가해서다. 해외 주식 비중은 2021년 말 27%에서 지난해 35.5%로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저평가를 면치 못한 국내 주식 비중은 17.5%에서 11.5%로 크게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국내 주식 비중이 삼성전자 매수 여력을 되살린 셈이다.

국민연금이 최근 국내 주식 관련 코스피지수 벤치마크를 미세 조정한 점도 삼성전자 보유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형주 위주인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 2021~2022년 벤치마크 종목을 확대했다. 벤치마크 조정에 따른 삼성전자 비중 축소 작업이 끝나면서 기금 운용 구조상 삼성전자 보유량을 늘릴 여력이 생겼다. 국민연금 사정을 잘 아는 자본시장 관계자는 “2021~2022년에는 벤치마크 확대 조정으로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를 대거 매도했지만 지금은 정반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금 개혁도 매수세에 힘을 싣고 있다. 보험료율이 내년부터 8년간 매년 0.5%포인트씩 오르면 적립기금은 현재 1200조원대에서 2053년 3600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식 비중이 낮아지더라도 절대 투자액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