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정밀제조 강한 韓, 스위스에 완벽한 파트너죠"

입력 2025-09-25 17:51
수정 2025-09-25 23:41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정부다움’을 좋아하지 않는 국가입니다. 혁신은 민간 경쟁 속에서 이뤄집니다.”

토머스 그펠러 스위스이노베이션재단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식 혁신 모델의 핵심을 이같이 설명했다.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연구기관 등 민간에 의해 산업 방향이 정해지는 구조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의미다.

이런 구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스위스혁신센터다. 재단이 운영하는 이 센터는 산학연 혁신 생태계 구축과 연구 상용화 촉진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설립됐다. 스위스 전역에 있는 6개 혁신파크에 약 700개의 기업과 연구개발(R&D) 기관이 입주해 있다. 그펠러 CEO는 이곳에 한국 기업을 입주시키기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정부나 재단 CEO 차원에서 센터에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는 없다”며 “모든 센터가 자체 전략을 세워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펠러 CEO는 센터를 단순한 ‘사무실 임대 공간’이 아닌, 기업과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에 비유했다. 그는 “입자 가속기, 핵물리 연구시설 등 세계적 연구 인프라를 기업에 개방해 기술 상용화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센터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펠러 CEO는 “스타트업 및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파트너와 최적의 기술 솔루션을 만나는 것”이라며 “정말 가치 있는 기관은 시계 브랜드처럼 절대 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취임한 지 1년6개월가량 된 그펠러 CEO의 최우선 목표는 글로벌 기업 유치 확대다. 현재 전체 입주 기업의 25%에 불과한 해외 기업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특히 한국을 주요 관심국으로 꼽았다. 스위스와 한국이 보완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스위스는 기초 과학에 강하고, 한국은 대규모 산업화와 정밀 제조 역량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그펠러 CEO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을 잇달아 만나는 등 한국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소속 6개 제약사는 혁신센터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생명과학 분야 외에도 양자기술과 초정밀 제조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한명현/사진=문경덕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