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명품 소비가 둔화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매장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레스토랑, 카페, 전시를 아우르는 체험 중심의 복합 공간으로 키워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LVMH는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며 한국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핵심 브랜드인 디올이 2027년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전면 리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2022년 문을 연 이 매장은 3년 만에 성수동을 대표하는 핵심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디올은 이곳에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을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VMH의 또 다른 핵심 브랜드 루이비통도 이달 초 서울 청담동 매장 ‘메종’(사진)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열었다.
LVMH가 한국에 체험형 매장을 늘리는 배경에는 글로벌 명품 수요 둔화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유로(약 597조원)가량으로 전년 대비 2% 정도 감소했다.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의 소비 위축과 미국 명품 소비 정체가 주요 원인이었다. LVMH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2% 급감했다. 주요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등이 일제히 성장세가 둔화해 체질 개선 압박이 커졌다. LVMH는 자사의 브랜드를 소비자가 오래, 자주 경험하게 하는 식으로 매출 증대 전략을 세웠다.
한국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시장 규모는 작지만 소비력과 문화 파급력이 큰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K팝, K푸드 등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