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주식은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에 파장이 일었다. 파월 의장의 발언과 인공지능(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겹치면서, 24일(현지시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1% 하락해 8월 29일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특히 계속해서 강세를 보여온 주가의 고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각종 지표가 증시가 거품 장세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재개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통 밸류에이션 지표 사상 최고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가 고안한 CAPE(주가수익비율 조정) 비율은 지난 강세장에서 꾸준히 상승해 8월 말 기준 38에 근접했다. 이는 2021년 말 이후 최고치다. 당시 증시는 큰 하락장을 앞두고 있었다.
실러 교수의 데이터는 월별로만 업데이트되지만, 최근 상승세를 반영하면 CAPE 비율은 40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크리에이티브플래닝의 찰리 빌레로는 이번 주 X(옛 트위터)에 “S&P500의 CAPE 비율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0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당시 닷컴 버블 붕괴 직후 약세장이 시작됐다.
버핏 지표도 최근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버핏 지표는 미국 전체 주식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001년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표는 특정 시점에서 밸류에이션 수준을 보여주는 단일 지표 중 가장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국 주식 시가총액은 약 64조5000억 달러로 GDP(2분기 23조 7000억 달러)의 2.7배에 달했다. 이는 최소 2001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자산 가격이 미국 경제 규모 대비 과거 어느 때보다 앞서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 실적 전망 상향, 높은 밸류에이션 정당미국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3.6배다. 이는 S&P500 종목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올릴 순이익의 23.6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10년 평균 PER이 18.5배인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메그니피선트7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인 약 34%까지 치솟아 소수 기술주에 대한 쏠림 현상도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출 대비 주가 비율이 기업 가치 평가에서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본다.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변동할 수 있는 순이익과 달리 매출은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보통 기업 가치는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순이익’ 기반 지표로 많이 평가한다. 그런데 순이익은 감가상각, 회계 처리 방식 등으로 크게 변동할 수 있어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매출은 비교적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출 대비 주가 비율을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S&P500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매출 대비 주가 비율은 3.12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데니 리서치도 현재 해당 지표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야데니 최근 기업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고, 3분기에는 기업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주가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기업 매출도 계속 늘고 있으니 이런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당장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오늘날의 대형 기업들은 1980~1990년대 기업들과 다르며, 낮은 부채비율, 예측할 수 있는 차입 비용, 안정된 실적, 자동화 등을 바탕으로 “높은 멀티플 자체가 새로운 정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브라마니안은 “과거 평균 회귀를 기대하기보다 오늘날의 밸류에이션을 새로운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주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한 가운데,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거래 중인 미국 증시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LPL파이낸셜이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애덤 턴퀴스트 LPL 최고기술전략가는 “1984년 이후 Fed가 S&P500이 사상 최고치 대비 3% 이내에 있을 때 금리를 인하한 사례는 총 28번 있었다”며 “그 뒤 12개월 동안 S&P500은 평균 13% 상승했고, 93%의 기간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고 밝혔다. 침체 여부가 중요턴퀴스트는 금리 인하 시점에 경기침체가 있었던 경우와 없었던 경우를 나눠 S&P500 흐름을 추적했다. 그 결과, 침체가 없는 경우 12개월 뒤 평균 수익률은 18.2%에 달했고, 21번의 사례 모두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
그는 “현재 단기 경기침체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낙관적인 시각을 내놨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2분기에 연율 3.3% 성장했으며, 애틀랜타 연준의 GDP나우도 3분기 성장률을 같은 수준으로 추정했다.
턴퀴스트는 “Fed의 금리 인하,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경기부양 효과, 비용 압력 완화 속 생산성 개선 등이 GDP 성장률을 떠받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PL은 금리 인하와 경기침체가 겹친 경우 증시는 12개월 뒤 평균 ?2.7%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수익을 낸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LPL은 ‘침체 동반 인하’를 금리 인하 시점 전후 6개월 이내 침체가 발생한 경우로 정의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