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결국…中, 개도국 특혜 포기

입력 2025-09-24 17:37
수정 2025-10-02 15:26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부여하는 특별대우를 포기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개도국 지위 포기를 요구한 지 6년 만이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앞두고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유엔 80주년 특별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리창 중국 총리는 전날 뉴욕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WTO 협상에서 더 이상 새로운 특별·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차관은 공식 브리핑에서 “중국이 국내외 양쪽 정세를 모두 염두에 두고 대외적으로 내린 중요한 입장 선언”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개도국 지위’는 변하지 않았다며 관련 국가들과 WTO 개혁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WTO는 개도국에 규범 이행 유예와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 보호 등 각종 특혜(SDT)를 제공하고 있다. 개도국이 누릴 수 있는 혜택만 15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에 관한 공식 기준은 없다. 가입국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선언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인 2019년부터 중국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중국이 개도국 특혜에 힘입어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버티던 중국이 이번에 개도국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와 대중 제재로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한 뒤에 나온 결정”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우호적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SNS에 “중국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환영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