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삼시세끼 햄버거만"…기니인, 김해공항에 갇힌 사연

입력 2025-09-24 17:34
수정 2025-09-24 17:35

입국이 불허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5개월째 머물러온 기니 국적의 30대 남성 A씨가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난민 심사를 받을 길이 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부산지법 행정단독(박민수 부장판사)은 24일 오후 기니 국적 A씨(30대)가 김해공항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김해공항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A씨에 대해 난민 인정 신청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부가 2주 내로 항소하지 않으면 A씨는 입국 절차를 밟고 난민 심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27일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본국에서의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로부터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에 A씨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그동안 공항 내 출국 대기실에서 지내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식사 대부분을 햄버거로 해결하는 등 '비인권적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민법과 그 시행령, 송환 대기실 운영규칙 등은 '난민 신청자에겐 출입국항에서 위생과 안전, 국적국 생활관습과 문화에 따른 적절한 의식주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책위 측은 "(김해공항 출입국 당국은) 지난 수 개월간 무슬림인 A씨가 먹을 수 있는 '할랄' 음식은커녕 일반 성인도 매일 먹으면 버티기 힘든 햄버거를 거의 삼시세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A씨에겐 아침·점심·저녁 모두 햄버거만 제공된 날이 많았고, 메뉴도 특정 브랜드의 동일 메뉴였다"며 "심지어 A씨가 아침 9시 이후 기상한 날은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A씨처럼 난민 신청이 거부돼 인천공항 출국 대기실에 머물러야 했던 수단 출신 B씨에게도 당시 식사로 거의 매일 햄버거만 제공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대책위는 "국가인권위가 2016년 '출국 대기실 의식주가 개선돼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를 하고, 법무부가 2023년 '출국 대기실 환경을 개선했다'고 발표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문제가 시정되기는커녕 공항 난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오는 25일 오전 부산 연제구 인권위 부산인권사무소 앞에서 공항 출국 대기실의 관련 문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