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HBM4 성능 자신있다"…삼성·SK에 도전장

입력 2025-09-24 17:29
수정 2025-09-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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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23일(현지시간) 열린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생산 예정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성능이 경쟁사보다 낫다”고 밝혔다. ‘HBM 큰손’ 엔비디아가 요구한 데이터 처리 속도인 ‘초당 10기가비트(Gb)’를 충족하지 못해 납품에 실패할 것이란 시장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향후 메모리반도체 업황과 관련해선 “인공지능(AI)발 수요가 크지만 공급량은 늘지 않아 2026년엔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HBM4 경쟁 자신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2025회계연도 4분기(2025년 6~8월) 콘퍼런스콜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초당 11Gb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갖춘 HBM4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2026년 2분기 HBM4 출하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메로트라 CEO의 발언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불거진 마이크론의 HBM4 성능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장착될 HBM4를 개발 중인 공급사들에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표준(초당 8Gb)보다 빠른 10Gbps(초당 기가비트) 이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데이터 처리 속도를 11Gbps로 개발했고, SK하이닉스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10Gbps 이상을 달성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요구를 충족하는 게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삼성은 HBM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를 자사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으로 만들고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의 12㎚ 공정을 활용하지만, 마이크론은 자체 12㎚ 공정을 쓰기로 한 데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탓이었다. 메로트라 CEO는 “마이크론 HBM4는 업계 최고 성능과 저전력 기능을 갖췄다”며 “샘플(CS)을 납품한 만큼 내년엔 HBM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납품 경쟁 치열해져마이크론이 HBM4를 순조롭게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내년 엔비디아 공급 물량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한 5세대 HBM(HBM3E)과 달리 HBM4에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도전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HBM4에서도 SK하이닉스의 우세를 점치지만 메모리 3사 간 점유율 격차는 좁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투자업체 번스타인은 2026년 HBM 점유율이 SK하이닉스 45%, 삼성전자 33%, 마이크론 22%를 기록한 뒤 2027년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8%로 공동 1위, 마이크론이 24%로 추격하는 식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지속이날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 4분기(2025년 6~8월)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 113억1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영업이익은 39억5500만달러로 126% 급증했다. 마이크론은 “2025년 1~12월 기준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기존 전망보다 커지고 있다”며 “마이크론의 공급량은 이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D램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이란 얘기다.

마이크론은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폈다.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실적 전망치를 컨센서스(매출 119억1000만달러, 주당순이익 3.05달러)를 웃도는 매출 122억~128억달러, 주당순이익 3.6~3.9달러로 내놓은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만큼 메모리 업황이 좋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협업도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이끄는 기회 요인으로 평가됐다. 메로트라 CEO는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지출이 늘고 전통 서버용 제품 수요도 강세를 보인다”며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저전력 D램 모듈(SOCAMM)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