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와 전셋값 부담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월세 상승이 전셋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월세 시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임대차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18만7705건) 가운데 전세는 10만7020건으로 57.0%를 차지했다. 2019년 71.8%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2020년 68.5%, 2021년 60.4%, 2022년 55.9%로 뚝 떨어졌다. 2023년 58.5%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57.5%에 이어 올 들어 다시 비중이 줄고 있다.
일부 단지는 전세 비중이 50%를 밑돌고 있다. 올해 입주한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대표적이다. 올 1~8월 전·월세 거래 870건 중 전세가 39.7%(345건)였다. 2019년 입주한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이 기간 전·월세 계약 2032건 중 전세가 816건으로 40.2%에 불과했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을 맡기고 매달 임대료를 내는 반전세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월세 부담이 작지 않다. 지난달 14일 휘경자이 디센시아 전용면적 59㎡는 보증금 1억원에 매달 200만원을 내는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올해 월세 계약 1216건 중 매달 200만원 이상 내는 계약이 302건이었다. 70건은 월 400만원을 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의 중위 보증금은 1억1000만원, 월세는 120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전셋값 상승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지만 중장기적으로 임대차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의 주거 사다리로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월세 부담이 커지면 전세로 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급등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근호/이인혁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