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0만t 감산"…韓·中·日 구조조정에 숨통 트인 K석화

입력 2025-09-24 17:29
수정 2025-09-25 01:12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한국 9개 석유화학 기업의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합친 것보다 많은 설비가 사라지는 셈이다.”

24일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한·중·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석유화학 설비 구조조정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계획대로 되면 2027년 한·중·일 NCC 생산 규모는 당초 전망보다 연 1352만t가량 줄어드는 만큼 살아남은 기업들은 적자 늪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에틸렌 생산의 45%를 차지하는 한·중·일 기업이 일제히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 궤도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석 달 전보다 20% 넘게 상승했다. 업계에선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수년간 적자에 허덕였던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익성 지표 20% 이상 개선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211달러로 6월 평균(174.15달러)보다 21.2% 올랐다. 올 1월 평균과 비교하면 33.2% 상승했다. 에틸렌은 각종 플라스틱과 섬유, 비닐 등의 기초 원료란 점에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원재료인 나프타와 최종 제품인 에틸렌 가격 차이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데, 업계에선 t당 25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올 들어 빠르게 상승했지만, 아직 적자 구간인 셈이다.

업계에선 수익성 지표가 개선된 이유로 한·중·일 기업의 생산량 감축을 꼽는다. 세계 1위 중국의 감산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공업정보화부(MIIT) 등 중앙 정부기관 5곳이 지방 정부에 노후 석유화학 설비 정리를 지시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이달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리 대상에 20년 이상 운영한 노후 석화 설비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27년 기준 중국 전체 NCC 생산능력(연 7822만t)의 10%에 육박하는 742만t이 줄어든다. ◇韓기업, 내년부터 흑자 내나국내 기업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전체 NCC 생산량의 25%에 해당하는 370만t을 감축하기로 하고, 다음달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기로 했다. 2014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해온 일본도 추가로 2028년까지 240만t의 에틸렌 생산량을 줄일 예정이다. 계획대로 되면 2027년 한·중·일에서 줄어드는 NCC 생산량은 1352t에 이른다. 전체 생산 규모(1억355만t)의 13.1%에 해당한다.

중국이 20년 이상 된 노후 설비뿐 아니라 연 30만t 미만 소규모 설비를 통폐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NCC 감산 규모는 1700만t 이상으로 불어난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사이클이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화학 경기 순환 사이클은 ‘수요 확대→대규모 증설→ 과잉 공급→ 투자 억제’ 등으로 이어진다. 2020~2021년 코로나19 호황 당시 대규모 증설이 이뤄졌고, 지금은 투자 억제와 수요 확대의 중간 지점에 섰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지표가 좋아지면서 ‘K석유화학’ 기업들의 흑자 전환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에선 롯데케미칼이 올해 6852억원 적자에서 내년 2419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화학도 내년 3조2202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