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쌀'이 된 햅쌀…한 달 새 5000원 껑충

입력 2025-09-24 17:18
수정 2025-10-02 15:35

지난해까지만 해도 쌀이 남아돌아 문제였다. 작년 9월엔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 쌀값이 20㎏당 4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농가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본격적 쌀 수확기인 10월 예상되는 초과 생산량(신곡 수요량을 넘는 생산량) 12만8000t에 7만t가량을 더해 20만t을 시장 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12월엔 산지 유통업체가 벼 매입가격을 전년 대비 동결하거나 인상하면 올해 벼 매입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어느 때보다 산지 쌀값을 안정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산지 쌀값, 반년 만에 4.6만원→5만원
쌀값 흐름이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이 예상치보다 한참 적은 5만6000t에 그친 것이 계기였다. 폭염으로 벼 낟알이 충분히 익지 못해 도정수율(벼 무게 대비 쌀 무게 비율)이 예년보다 낮았다. 같은 양의 벼를 털어도 얻는 쌀알이 많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해 1월 20㎏당 4만6000원대이던 산지 쌀 시세는 반년 만인 지난 6월 5만420원으로 뛰며 5만원 선을 넘어섰다. 쌀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작년 9월 월평균 쌀 소매가는 5만1186원으로 5만원대 초반이었는데 올해 5월 5만6358원으로 5만5000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달엔 5만9090원으로 6만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쌀값을 잡기 위해 정부 양곡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정부는 8월에 이어 이달에도 ‘방출’ 대신 ‘대여’ 형식으로 시중에 쌀을 공급했다. 단기적으로는 쌀이 부족할지 몰라도 올해 풍년이 들면 또다시 쌀이 남아돌 것으로 보고 일시적으로 빌려줬다가 회수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농식품부는 햅쌀이 수확되기 시작하면 쌀값이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 조생종 기대했지만…현장은 “물량 없다”하지만 햅쌀이 풀리기 시작했는데도 쌀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햅쌀 물량이 예년보다 너무 적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햅쌀 가격은 작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쌀 유통업체 A사는 작년 9월 초 지역 농협에서 경기 지역 햅쌀을 20㎏당 4만5000원에 사들였는데, 올해는 1만7000원(37.7%) 비싼 6만2000원에 매입했다. B사는 경남에서 나는 햅쌀을 지난해 9월 중순 20㎏당 4만3000원에 거래했는데, 올해는 1만5000원(34.8%) 오른 5만8000원에 샀다.

햅쌀 물량이 적은 것은 올해 추석이 늦어져 농가가 조생종 대신 만생종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조생종은 보통 9월 중순인 추석을 노리고 심는 경우가 많다. 조생종은 만생종에 비해 벼 하나에서 나오는 낟알이 적지만, 명절 수요가 늘어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올해 추석이 늦어지자 조생종 대신 늦더라도 수확량이 많은 만생종을 심은 농가가 증가했다. 쌀값 예측이 빗나가며 고공행진이 지속되자 업계에선 정부가 양곡을 방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만생종 쌀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10월이 되면 쌀값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신곡이 본격적으로 유통되면 쌀 수급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