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이른바 '노·도·강', '금·관·구'로 불리는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반등하는 흐름에 주목했다. 집값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남3구 등 특정지역에서 서울 전역으로 퍼지는 모습이어서다. 6·27 대책의 집값 둔화 효과도 과거 주요 대책에 비해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25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안정상황을 점검하면서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한은은 6·2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축소되고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가격 상승폭 둔화 정도는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엔 주요 대책이 나오면 10주 후 주간 매매가격상승률이 평균 0.03%까지 하락했지만 이번 대책 때는 여전히 0.1%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승률 반등 시점도 앞당겨지는 모습이다. 과거엔 10~12주까지 가격 상승폭 둔화가 확인됐지만 이번엔 9주차에 저점을 찍고 10주 이후 가격상승률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9·7 대책 발표 이후 흐름은 더 심상치 않다. 대책 발표 후인 9월 셋째주 자치구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보면 노원·도봉·강북구가 0.04%, 금천·관악·구로구는 0.06%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앞서 전체 평균 상승률이 9월 셋째주와 유사했던 5월 둘째주엔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중심의 상승세가 나타났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책 시행 이후에도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아파트 경매 및 청약시장에 대한 수요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아파트 가격 흐름은 가계부채 증가와도 연결되고 있다. 한은은 "가계대출이 6·27 대책 이후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여전히 증가흐름이 나타났다"며 "5~6월 늘어난 주택거래분이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전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7월 2조3000억원에서 8월 4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은 이런 점을 고려해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서울 등 수도권의 가격 상승세 둔화가 충분치 않다"며 "주택시장 기대심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값과 가계부채에 대한 한은의 이런 평가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추는 재료다. 집값 둔화와 가계부채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움직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번 금융안정 상황점검을 주관한 신성환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세는 정부 대책 등에 힘입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나,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긴밀한 정책공조를 통해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여건 완화 과정에서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거시건전성정책의 강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