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상이 모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 총회장 인근에선 23일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뉴욕 경찰(NYPD)은 유엔본부 앞 1번로 앞을 차벽과 경찰차로 에워싸고 5중으로 출입증을 확인했다. 총회 입장객의 모든 가방을 일일이 바닥에 내려놓고 검사했다.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 등의 영향으로 경비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총회장 인근에 마련된 기자실은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미국 비밀경호국(SS)은 이날 유엔 총회장 반경 56㎞ 안에서 통신망을 교란할 수 있는 300개 이상의 심(SIM) 서버와 10만 개 이상의 심 카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총회에서 연설하기 몇 시간 전 성명을 통해서다. 비밀경호국은 압수한 기기들이 미국 정부 당국자를 겨냥한 통신 관련 위협 행위에 사용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80주년 총회 개막 연설에서 “세계 각국의 원조 예산 삭감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국제 질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 때문에 도로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 경찰관은 “죄송합니다. 현재 모든 길이 막혀 있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웃으며 “잘 지내느냐. 지금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당신 때문에 모든 길이 막혔다”고 했다. 경찰의 통제는 몇 분 뒤 해제됐으나 차량이 아닌 도보 이동만 허용됐다. 마크롱 대통령 일행은 약 30분간 뉴욕 거리를 걸어 프랑스 대사관에 도착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최만수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