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잇몸에 붙이는 담배'로 해외 공략

입력 2025-09-23 17:14
수정 2025-09-24 01:52
KT&G가 미국 최대 담배회사 알트리아그룹과 손잡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비(非)연소 담배 ‘니코틴 파우치’ 시장에 진출한다. 알트리아 니코틴 파우치 제품인 ‘on!’의 글로벌 판로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반 담배(궐련)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니코틴 파우치를 궐련형 전자담배를 이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공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T&G는 2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알트리아와 ‘글로벌 니코틴·비니코틴 시장에서 전략적 협업 기반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08년 글로벌 담배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을 분사시킨 알트리아는 궐련 브랜드 말보로의 미국 판매권을 가진 회사로, 미국 궐련 시장에서 약 4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말보로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USA와 on!을 생산하는 헬리녹스이노베이션 등을 자회사로 뒀다. on!은 미국에서만 판매되는데 이번 MOU 체결로 알트리아는 KT&G와 함께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KT&G와 알트리아는 또 공동으로 스웨덴 니코틴 파우치 제조사인 ASF 지분 100%를 262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KT&G의 지분율은 51%다. KT&G의 대형 인수합병은 2011년 1400억원에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TSPM)를 인수한 이후 14년 만이다.

니코틴 파우치는 담뱃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 가루를 티백 같은 작은 주머니에 넣은 경구용 무연 담배다. 입술과 잇몸 사이에 끼우고 있으면 니코틴이 서서히 흡수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유통되지 않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선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니코틴 파우치 시장 규모는 올해 67억3000만달러에서 2029년 187억달러로 연평균 29.1% 성장할 전망이다.

KT&G가 니코틴 파우치 사업에 뛰어든 것은 주력 부문인 궐련의 국내외 시장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회사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세계 궐련 판매량이 2029년까지 연평균 1.5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KT&G 담배사업부문 매출에서 궐련이 차지하는 비중은 80.4%(올해 2분기 기준)다. 올 상반기 KT&G의 국내 궐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KT&G는 지난 5월 열린 올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니코틴 파우치를 비롯한 ‘모던 프로덕트’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경만 KT&G 사장은 이날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다. 올해 연간 주당 배당금 최소 금액은 6000원으로 작년보다 600원 올렸다. 또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24일부터 26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