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이 금리 결정에서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금리 인하보다는 금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연내 1회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10월이 될지는 고민"이고 했다. "지금 금리 결정하면 '금융안정'에 초점"황 위원은 2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별관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황 위원은 최근 통화정책을 둘러싼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와 금융안정이 상충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금리 결정을) 하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금융안정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경기 상황에 대해 "소비와 수출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안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건설 부문이다. 황 위원은 "건설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더 악화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금융안정에 대해선 "가계대출이 9월에도 좀 늘어나고 있다"며 "가계 대출로 자산효과가 나타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할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6·27 대책과 9·7 대책이 유의미한 효과를 내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집값 기대심리가 다른 지역 등으로 확산할지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다음달 금통위가 가장 어려운 금통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위원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올해 한 번정도는 인하를 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음달이 될지 11월이 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외화 유출 쉬워진다"이날 간담회에선 외환시장, 환율 등에 국제금융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황 위원이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까지 지낸 국제금융통이어서다.
황 위원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상과 관련해서는 "경제의 영역이라기보다 정치의 영역"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심리 안정에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협상 전략을 어떻게 할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의 경우에도 "많을수록 안전판이 된다"면서도 "확충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부분을 감안해야한다"고 설명했다.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수급 요인을 이유로 지목했다. 그는 "(증시 상승으로) 외국인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지만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가 이를 훨씬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이 중요하다"며 "4~5월보다는 변동성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란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외환 규제 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 외환 관리에 대해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규제 체계를 갖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되면 외화가 쉽게 유출되는데다, 유출 규모와 상대방 파악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금융안정에 충격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위원은 한은이 구조개혁 등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은 "돌봄 서비스나 농산물 수입처럼 정부 입장에서 얘기하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며 "한은 말고는 정책 제안을 내놓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구조개혁 항목 중에선 "재정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은 "공적연금, 지방교부세, 지방교육교부금 등 의무지출 중 변화한 시대에 맞게 개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