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외환시장의 뎁스(깊이)가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충격이 나타났을 때 환율과 금리스프레드가 가장 많이 상승하는 국가 중 하나로 파악됐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강화 등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2일 '금융·외환시장 심도(depth)를 고려한 정책대응 분석'이라는 제목의 BOK이슈노트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김지현·김민 한은 과장이 쓴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외환시장 심도(깊이)는 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주요 17개국(스위스, 덴마크, 독일, 영국, 캐나다, 일본, 스웨덴, 노르웨이, 이스라엘,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남아공, 인도네시아, 인도, 한국) 중 16위권인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글로벌 리스크 충격이 나타날 경우 유위험 금리평형(UIP) 프리미엄의 변동폭을 기준으로 시장의 깊이를 측정했다. UIP프리미엄은 국내 경제주체가 대외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글로벌 투자자에게 지불해야하는 추가비용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충격 발생 시 UIP프리미엄이 2.1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기시 더 많은 자금조달 비용이 드는 국가인 것이다. UIP프리미엄 상승폭이 5% 안팎인 남아공을 제외하면 가장 컸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덴마크, 독일, 대만 등은 UIP프리미엄이 변하지 않는 국가였고, 일본의 경우 글로벌 충격시 오히려 UIP프리미엄이 떨어지는 안전자산인 것으로 분류됐다.
글로벌 충격이 환율과 금리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의 깊이에 따라 달랐다. 한국 등 시장의 깊이가 얕은 것으로 평가된 국가의 환율 상승폭은 '깊음' 판정을 받은 국가에 비해 1.05%포인트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그룹에 비해선 0.39%포인트 높았다. 금리스프레드는 '깊음' 국가에서 0.0718%포인트 하락한 반면, 한국 등 '얕음'국가는 0.0714%포인트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의 깊이가 얕을수록 글로벌 충격 시 통화가치가 더 크게 절하되고, 국내 단기 금융시장의 금리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기 때문에 충격의 부정적인 파급효과도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충격의 한국 경제 영향을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합적 정책 모형으로 평가한 결과 소비가 위축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감소폭이 커지고, 환율 상승이 물가에 전가돼 인플레이션이 확대됐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환율을 다소 안정시킬 경우 이런 부정적 효과의 18.3%포인트 가량은 회복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과장은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외환시장의 깊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추진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 세계국채지구(WGBI) 편입 등이 시장 깊이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 깊이가 얕은 상황에서 글로벌 충격이 부정적인 영향을 증폭할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과 더불어 거시건전성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등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