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사진)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연구·실증 체계와 슈퍼컴퓨팅 허브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미래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축으로 올라서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GIST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국제 연구팀과 협력해 차세대 인간중심 AI 기술을 개발하고, AI와 모빌리티를 접목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AI 반도체 첨단공정 팹 건립…원스톱 연구·실증 체계
22일 GIST에 따르면 오는 2027년 교내 전기전자컴퓨터공학동 옆에 연면적 5520㎡ 규모의 AI 반도체 팹(FAB·제조공정)이 들어선다.
이 팹은 반도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AI 반도체 기반 시설이다. GIST는 이 팹과 캠퍼스 후문 넘어 자리한 광주 AI 산업 융합 집적단지를 연계해 ‘원스톱 반도체 공정’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AI 산업 융합 집적단지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팹에서 생산하고, GIST 중앙기기연구소에서 실증까지 수행할 수 있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근거리에서 협업해 반도체 인력과 기술을 한 지역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GIST는 이러한 연구·실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 연계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문 인력 육성에도 나서기로 했다.
지난 2월 AI 단과대와 유사한 성격의 정보컴퓨팅대학을 설립하고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와 AI 융합학과, 반도체공학과, AI 정책전략대학원을 한 단과대 안에 묶었다.
김강욱 GIST 정보컴퓨팅대학장은 “AI 학과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전공을 묶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와 로봇, 예술 등 다양한 AI 응용 분야를 한 단과대 안에서 학생들이 폭넓게 경험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MIT와 인간 중심 AI 기술 공동개발GIST는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승준 AI 융합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해외우수연구기관 협력 허브 구축사업(유형2)’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6년간 총 77억원을 지원받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GIST-MIT 인간중심 피지컬 AI 상호작용 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다니엘라 루스 MIT 컴퓨터과학·AI 연구소(CSAIL) 소장을 비롯해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과 차세대 인간중심 AI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GIST-MIT 연구센터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감 상호작용·포용성·이해 가능성을 갖춘 ‘인간 중심 AI’ 구현을 목표로 세웠다.
연구개발을 위한 기반 시설도 탄탄하다. GIST는 슈퍼컴퓨터 구축·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광주광역시의 차세대 AI 초거대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GIST 슈퍼컴퓨팅센터는 AI 특화 고성능컴퓨팅(HPC) 공용인프라인 ‘드림-AI HPC-AI 클러스터’를 운영 중이다. 2022년 세계 슈퍼컴퓨터 TOP500 순위에서 178위(국내 6위)를 기록했다.
슈퍼컴퓨팅센터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10대 전문센터 중 한 곳으로, ‘자율주행 초고성능 컴퓨팅 전문센터’를 맡고 있다.
연구자와 학생들이 모빌리티와 현실 세계의 사물을 가상의 공간에 복제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디지털 트윈’ 개발·실험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 중이다. ◇ 슈퍼컴퓨팅 AI 교육의 핵심 거점 수행GIST 슈퍼컴퓨팅센터는 엔비디아와 매년 ‘HPC 및 AI 데이’ 또는 ‘딥러닝 인스티튜트 데이’를 공동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에선 오픈AI GPT, 메타 라마 등 초거대 언어 모델 학습 방법론을 공유한다.
국내 산학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슈퍼컴퓨팅 기반 초거대 대응 AI 교육의 핵심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GIST의 AI 연구는 모빌리티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하이브리드 V2X(차량-사물 간 통신) 데모데이’를 열고 자율주행 차량용 커넥티드 플랫폼을 시연했다.
GIST 연구팀은 차량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교통 신호를 실시간으로 제어해 응급환자 발생 시 앰뷸런스 호출과 이송 과정을 클라우드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자동화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강풍과 비가 동반된 실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 이 플랫폼은 AI와 V2X 기술이 미래 교통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GIST 관계자는 설명했다.
GIST는 AI 반도체 팹과 세계적 연구경쟁력, 교육 혁신, 슈퍼컴퓨팅 기반까지 다양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 대학의 역량을 넘어 광주·전남 지역이 AI·반도체·슈퍼컴퓨팅을 융합한 글로벌 혁신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김종원 GIST 슈퍼컴퓨팅센터장(AI 융합학과장)은 “세계적으로 초거대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GIST를 중심으로 한 광주형 AI 생태계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빌리티·디지털 트윈 등 특화 분야에서 글로벌 산학연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