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정·관계 로비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2일 구속 갈림길에 섰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한 총재의 신병까지 확보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교일치' 이념 실현...尹 대통령 부부 접근했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2일 오후 1시30분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열린다.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교단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의 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의 혐의에서 공범으로 지목된다.
한 총재는 당시 교단 2인자로 꼽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통일교 현안 해결을 청탁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3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600만원 상당의 고가 명품을 전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적용됐다. 특검은 권 의원에게 건네진 불법 정치자금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이 돈이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에게 흘러갔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정이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또 통일교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교인 수만 명을 입당시킨 정황을 확인해 당원 DB와 통일교인 명부를 대조해 약 11만명의 통일교인 당원을 식별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가 책임당원 자격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나 여권의 당내 권력 구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단 차원 개입 없었다"...증거 인멸 우려도 없어통일교 측은 청탁과 금품 제공은 윤씨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 총재도 지난 17일 특검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는 영장실질심사 관련 입장문에서 한 총재가 지병인 백내장·녹내장, 최근 심장 부위 절제 수술, 부정맥 치료 약물 복용에 따른 합병증 등을 겪고 있다며 “구속은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수사기관이 두 차례 대규모 압수수색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구속으로 새롭게 밝혀질 것은 없다”며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는 물론 구속의 실질적 효용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