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원서 캐낸 '핵심광물' 해외로 샌다

입력 2025-09-22 17:40
수정 2025-09-23 01:38
국내 기업이 ‘재(再)자원화’ 기술로 폐자원에서 핵심 광물을 뽑아내고 있지만, 정작 회수한 핵심 광물의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廢)촉매, 폐인쇄회로기판(PCB) 등 원료를 수입할 때 붙는 관세를 환급받기 위해 기업들이 국내 판매보다 수출을 택하고 있어서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공급망 안보를 위해 재자원화 원료에 사실상 관세를 매기지 않는데 한국만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재자원화 기업 희성피엠텍은 국외에서 들여온 폐촉매에서 백금족을 추출해 국내 백금족 수요량의 35% 이상을 생산하지만, 이 중 약 73%를 다시 수출하고 있다. 원재료인 폐촉매를 수입할 때 납부한 3% 관세 비용을 환급받기 위해서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백금족 물량이 연간 약 4200억원어치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들여올 경우 관세가 면제될 수도 있지만 폐자원 특성상 원산지 증빙이 어려워 대부분 관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금족 금속에는 백금과 팔라듐, 로듐 등이 있다. 자동차산업의 필수 원재료지만 수입 의존도가 지난해 기준으로 92.6%에 달한다. 기껏 재자원화를 통해 회수한 백금족마저 해외로 다시 빠져나가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수입에 더욱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에 놓였다. 희성피엠텍이 해외로 되파는 물량 전체를 국내 공급으로 돌리면 백금족의 수입 의존도는 60% 초반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희토류 등 자원을 무기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EU 등 주요국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재자원화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제도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도 재자원화 원료에 무관세나 할당관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