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2~3년간 꾸준히 상승하는 ‘슈퍼 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투자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AI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22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4분기 D램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대규모 거래 가격)을 품목별로 15~30%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낸드플래시 인상률은 5~10%로 제시했다. 이달 들어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인상을 선언한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에 이어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도 가격 인상에 동참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뿐 아니라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도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AI 인프라 투자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AI 서버에 꼭 들어가는 고용량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 D램(GDDR7), 저전력 D램(LPDDR5)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마찬가지다.
슈퍼 호황 신호가 뚜렷해지자 그동안 메모리 업황을 어둡게 봤던 모건스탠리마저 입장을 바꿨다. 이 증권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산업의 모든 곳에서 AI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며 “사이클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슈퍼 호황 기대에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4.77% 오른 8만3500원에 마감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