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 22일 오후 3시 46분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단연 뷰티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스토리를 쓰는 K뷰티 신흥 강자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의 로레알’을 꿈꾸는 구다이글로벌이 있다.
구다이글로벌 창업자인 천주혁 대표(38)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인디 뷰티 브랜드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보고 추가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작은 사무실에서 첫발을 뗀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를 시작으로 K뷰티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최근 2년간 티르티르, 스킨1004(크레이버), 라운드랩(서린컴퍼니), 스킨푸드 등을 줄줄이 사들이며 조 단위 매출을 거두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나온다.
구다이글로벌은 해외 인지도를 갖춘 국내 브랜드들을 인수하며 급격히 성장했지만 현재 뷰티 브랜드 기업가치는 고평가됐다는 게 천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국내 화장품 시장은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해외 인디 브랜드는 싼 편”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스킨케어·메이크업 영역을 넘어 아직 포트폴리오에 없는 헤어케어, 더마 코스메틱, 하이엔드 브랜드, 미용기기·디바이스 분야로까지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매출 확대에 치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카테고리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K뷰티 기업의 고성장세는 반짝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K팝도 한때 ‘고점이다, 끝물이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대표 아티스트들이 오랜 기간 글로벌 팬덤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아티스트가 꾸준히 등장하면서 전체 산업이 성장했다”며 “K뷰티 역시 기존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활력을 더해 전체 K뷰티 생태계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K뷰티 성장세는 구조적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견해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의 기술력을 등에 업은 인디 브랜드들은 SNS와 숏폼 콘텐츠 기반 마케팅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고,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워 해외 MZ세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미국, 유럽의 10~30대를 K뷰티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대거 유입시킨 점이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천 대표는 미국 관세 부과 등 여파로 내년부터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구다이글로벌은 개별 브랜드들이 현재 온라인에서의 성과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단계에 있어 매출이 계단식으로 순증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세포라, 얼타뷰티 등 오프라인 소매업체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 산하 모든 브랜드가 매월 신규 리테일 채널에 입점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미녀는 지난 7월 미국 세포라에 입점하자마자 선케어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고, 티르티르는 8월 미국 얼타뷰티 프레스티지 존에 단독 매대를 배정받아 입점한 직후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천 대표는 “그룹 차원에서 각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국가 단위 리테일 채널과의 협상에서 바게닝 파워(협상력)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전략적 이점을 확보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올해 매출 1조7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5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800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마무리하며 4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시장에선 내년이나 내후년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