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린 운동선수…도전정신 향한 신호탄

입력 2025-09-22 20:38
수정 2025-09-23 01:08
제12회 박카스 29초영화제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우수 작품에 시상하는 ‘AI상’이 신설됐다. 도전정신의 상징이 된 박카스처럼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창작자들이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AI상이 생겨나자 기존 실사 영화로는 엄두를 내지 못한 배경과 소재의 출품작이 몰려들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이들에게 생성 AI의 발전은 또 다른 기회다. 전문적 촬영 기술이나 인력 없이도 머릿속 이야기를 담아낸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박카스 29초영화제의 첫 AI상 수상작으로는 일반부에서 강동우 감독의 ‘에너지 충전 완료!’와 송기현 감독의 ‘정글의 휴식, 다시 시작’이 나란히 선정됐다. ‘에너지 충전 완료!’는 무더운 여름날, 장대높이뛰기 경기를 앞둔 선수가 들이켜는 한 병의 박카스를 작은 에너지 공장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 운동선수의 근육 움직임과 흐르는 땀방울, 연기와 불꽃을 뿜으며 바쁘게 돌아가는 가상 에너지 공장의 내부를 AI로 실감 나게 그려냈다.

또 다른 수상작 ‘정글의 휴식, 다시 시작’은 울창한 정글 속 고릴라의 모습으로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흡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 같다. 한여름 열기 속 생존을 위해 사투 중인 고릴라는 감독의 “컷!” 외침과 함께 분장을 벗으며 인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웃음을 자아낸다. 고릴라 탈 속에 갇혀 있느라 땀에 흠뻑 젖은 출연자는 얼음장 같은 ‘얼박사’로 더위를 쫓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