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밤길 달리는 훈련…배민, 배달안전 챙긴다

입력 2025-09-21 17:44
수정 2025-09-22 00:27
장마철에 폭우가 내리는 듯이 실내 천장에서 비가 쏟아진다. 바닥이 금세 미끄럽게 변했지만 배달기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제동거리를 늘려 대응한다. 지난 19일 경기 하남에 문을 연 배달기사 전문 교육 시설 ‘배민라이더스쿨’의 훈련 장면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하남에서 배민라이더스쿨을 개관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유일의 이륜차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상 3층, 축구장 1개 크기 수준(연면적 8000㎡)으로 건설됐다. 교육 내용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배달 안전교육 의무화’에 맞춰 안전교육 위주로 구성했다. 연간 1만 명씩 교육 이수자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을 이수한 배달기사는 배민이 월 20만원가량을 지원하는 ‘라이더 상생지원금’과 유상 운송용 공제보험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배민 소속 기사라면 자율적으로 교육을 신청할 수 있다.

이번에 개관한 시설은 다양한 교통·노면 상황을 재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지상 실내연습장은 신호등, 차선, 스프링클러, 배수 시설, 암막 커튼, 모의 조명 등을 갖춰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운전을 연습할 수 있다. 오는 11월부터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체험 교육도 도입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안전교육 투자가 실제 사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쿨에서 교육을 이수한 배달기사의 지난해 재해율은 2022년 대비 52.9% 감소했다. 재해율은 산재보험에 가입한 배달기사 중 산재 승인이 얼마나 났는지를 의미하는 지표다. 작년 기준 재해율은 1%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배민라이더스쿨의 교육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의 안전운전 능력(지식·태도)은 교육 이후 12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앱 시장 초창기인 2018년부터 배민라이더스쿨을 운영해왔다. 초기엔 외부 기관에 위탁해 운영하다 2021년부터 야외 공간을 확보한 뒤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교육 도입 이후 지난달까지 4년간 교육 이수자는 2만2000여 명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를 지속 늘리고 있다. 배달 앱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기사의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배달 종사자의 산업재해 건수는 2019년 1075건에서 2023년 6405건으로 여섯 배가량 늘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배민라이더스쿨 개관으로 더 많은 기사가 안전한 배달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배달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