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탄소' 다급한 K조선…선박용 ESS 달고 출항 채비

입력 2025-09-21 16:39
수정 2025-09-22 00:25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해 내연기관을 대신할 새로운 발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조선 3사는 선박용 ESS를 향후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전지 등 차세대 연료와 접목해 친환경 선박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2050년 ‘넷제로’ 위해 ESS 필수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27년 상반기부터 5000t 이상 선박에 t당 100~480달러 부담금을 물리기로 했다. IMO는 항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28년에는 2008년 배출량의 17%만큼 감축하고, 2030년에는 21% 줄이도록 못 박았다. 이런 식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조선업계가 선박용 ESS 개발에 뛰어든 건 배에서 운용하는 발전기를 대체할 전기 저장 시스템이 필요해서다. 기존 배터리는 용량 문제로 일부 중소형 선박에 장착돼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배터리 기술이 크게 향상된 만큼 대형 선박용 ESS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용 ESS 시장은 2021년 21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0년 76억달러(약 10조원)로 연평균 15.5%씩 커질 전망이다. ◇조선 3사 선박용 ESS 개발 박차선박용 ESS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내 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2019년부터 삼성SDI와 공동 개발한 리튬이온배터리 시스템으로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 GL에서 형식승인을 받았다. 선박 내 발전기와 전력 부하를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 발전기 연료 소모량을 줄인 게 특징이다. 오염물질은 물론이고 운항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선박용 ESS 개발에 들어가 현재 국산 모델인 ‘BADA-100’ 시제품 개발을 마친 뒤 실증 단계를 거치고 있다. 삼원계인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배터리로 팩 용량은 112킬로와트시(㎾h)다. 중소형부터 대형까지 모든 선종의 보조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제품의 형식 승인 획득을 목표로 한다.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메가와트시(㎿h)급 리튬이온 기반 ESS 개발을 최근 마쳤다.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C),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규모다. 기존 내연기관과 연동해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배터리 개발을, 한화오션이 실증을 맡았다.

조선 3사는 선박용 ESS를 암모니아, 메탄올, 수소 등을 활용한 차세대 친환경 발전 시스템과 결합할 계획이다.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궁극적으로 선박용 ESS에 저장하는 전기를 원유나 LNG 발전기가 아니라 친환경 발전기와 엮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 미국 아모지와 함께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암모니아 파워팩 개발에 착수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해 6월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반 무탄소 전기 추진 시스템을 적용한 암모니아운반선(VLAC) 기본 인증을 받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