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8일, 대한민국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위한 새 정부의 인공지능(AI) 4대 거점도시에 대구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 밀라노프로젝트 이후 번번이 무산돼온 대구의 산업 혁신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지난달 18일 열린 국무회의는 수성알파시티에 인공지능 전환(AX) 연구개발 허브를 조성하고 AX 대표 도시 대구로 발돋움하기 위한 ‘지역거점 AX혁신 기술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의결했다.
이번 예타 면제는 전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AI 융합 최적지인 대구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AX 혁신기술 거점을 구축하고 전략산업의 AX를 가속하기 위한 사업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인 지역 산업 전반의 AX 대전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과제 중 하나로 의결됐다. ◇AX 연구, 응용 솔루션 제품 R&D이를 위해 정부와 대구시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5510억원을 투입한다. 로봇 바이오 등 AI 전략 분야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AX 표준모델 연구개발(R&D)에 1380억원, 산업현장 기술 현안·난제 해결을 위한 AX 응용 솔루션 및 제품 R&D에 3580억원, 국내외 혁신 연구자 및 기업과 최고 수준의 인프라가 집적되는 ‘AX 혁신 R&D센터’ 구축에 550억원을 투입하는 등 글로벌 수준의 AX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
그동안 이번 사업 통과를 위해 3년 가까이 준비해 온 대구시는 물론 대구 산업계도 기대가 크다.
대구 경제계 한 관계자는 “대구가 1990년대 초반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6840억원 규모의 밀라노프로젝트 이후 비SOC(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정부 사업”이라며 “대구의 산업과 경제를 질적으로 바꾸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이번에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동차부품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구 경제가 한·미 관세 협상 이후 위기를 맞으면서 제조 경쟁력 강화와 미래 산업 발굴·육성이 초미의 과제가 된 대구시와 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사업 성공에 대한 의지가 높다. ◇“도메인놀리지 대구가 최고”대구의 AX 대표 도시 변신은 ‘아메리칸 팩토리’ 전략으로 대변되는 미국 제조업 육성이라는 세계 경제 질서 재편과 관련해서도 필수적인 변화다. 이건우 DGIST 총장은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은 이번 미국 공장 한국인 구금사태를 통해 경험했다”며 “다크팩토리처럼 제조 라인을 피지컬AI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바꾸는 등 AX는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미국에 진출하든 대구에서 제조업을 영위하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AX를 통한 비용 절감과 고부가가치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이루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AI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지만 산업 현장 경험과 지식 즉 ‘도메인 놀리지(Domain Knowledge)’가 중요한 AX는 대한민국이 해볼 만하다”며 “대구시와 학계, 기업이 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여 년간 로봇, 모빌리티, 의료, 전기·전자, 정보통신 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해 온 대구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의 김현덕 원장은 “미래 산업 혁신을 꾸준히 추진해 왔기 때문에 전국 4개 거점 가운데 대구가 AX 도시로 변신할 잠재력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ICT와 로봇 의료 모빌리티 기업 협력 중요대구시는 이번 사업 성공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로봇·모빌리티·의료업계 간 AI 융합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다부처 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도 대구의 AX 혁신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최운백 대구시 혁신성장실장은 “AI 원천기술에 강점을 지닌 과기정통부는 AX 표준모델 개발을, 현장 중심 기술 개발에 강점이 있는 산업부와 복지부는 AX 응용 솔루션과 제품 개발을 각각 담당한다”며 “다부처 사업으로 지정된 대구는 사업 전담부서가 많지만 오히려 AX 선도 모델 개발에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구시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사전 적정성 검토(사업 규모 적정성 등) 등 후속 절차에 공동 대응하고, 범부처 사업추진단도 구성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1000개 AX 기업 집적한 세계 대표 도시로대구 수성알파시티는 민간 기업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형성된 비수도권 최대 소프트웨어(SW) 집적단지다. 영남권 주요 국가산업단지와 1시간 이내로 접근 가능한 지리적 이점도 갖췄다. 예타 면제를 통해 관련 사업이 신속히 추진될 경우 2030년까지 AX 전문기업 인력 유치 및 집적을 통해 매출 9조1200억원, 입주 기업 1000개, 종사자 2만 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이번 사업으로 구축되는 AX 혁신 R&D센터와 DGIST 글로벌 캠퍼스 및 산업AX연구원이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조성돼 대한민국 AI 3대 강국 실현의 핵심 거점이 늘어난다. 대구시는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로봇·바이오산업은 물론 뿌리산업부터 기계·자동차 부품·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뿌리산업은 AI 융합 무금형 등 핵심 공정에 AI를 도입해 설계-가공-검사 전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품질과 경쟁력을 향상한다. 기계·자동차 부품 산업도 기존 내연기관 부품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인 로봇 핵심 부품 및 SDV(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관리하는 자동차) 관련 부품 개발에 집중해 미래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조 공정에 AI 로봇을 도입해 대구에서 생산된 로봇과 AI 시스템이 다시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선순환 산업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구가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것처럼 ‘AX혁신 기술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대구도 유사 이래 가장 역사적인 산업 혁신과 전환의 모멘텀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