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노후 준비에 대한 패러다임도 달라지고 있다. 산업화를 이끈 세대로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보장’ 체계 아래 비교적 안정적인 노후 기반을 마련했지만, 길어진 수명과 독립적인 가족구조 속에서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최근 은퇴자 사이에서 주목받는 노후 준비 트렌드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연금겸업(年金兼業)’이다.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시점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퇴직자들이 재취업 및 창업 등으로 일정 소득을 유지하며 은퇴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근로소득이 있으면 연금 자산의 소진 속도를 줄일 수 있어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에 유리하다.
둘째는 ‘연금 맞벌이’ 시대의 자산관리 변화다.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부부 모두 연금을 받는 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2019년 35만5000쌍에서 2024년 78만3000쌍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부부가 각자 수입을 따로 관리하는 경향은 은퇴 후에도 이어지며, 각자의 경제적 독립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셋째는 자녀와의 노후 관련 소통이다. 외자녀 중심의 가족 구조 속에서 2030세대는 부모 네 명을 부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자신들의 노후 계획을 미리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경제적·정서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넷째는 치매로 인한 자산 동결을 막기 위한 사전 준비다. 인지능력이 저하되면 본인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거나 사용할 수 없어 ‘돈이 있는데도 못 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언, 신탁, 성년후견제도 등을 미리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건강보험료를 포함한 비소비성 지출의 민감성이 높아진 점이다. 은퇴자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이자·배당소득까지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된다. 연간 1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에 약 8%의 보험료가 매겨지지만, 연금저축이나 IRP(개인형퇴직연금)에서 나오는 연금소득은 제외된다. 안정된 노후를 위해 세금 설계와 소득 분산 등 다각화된 준비가 필요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김동엽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