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장의 거취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지만, 정치권 압박으로 물러난 사례는 아직 없었다.
1987년 개헌 이후 첫 중도 퇴진은 9대 김용철 대법원장이었다. 1988년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법원장 유임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흥정설이 불거지자 소장 판사들이 '2차 사법파동'을 일으켰고, 결국 김 대법원장은 퇴진했다. 이후 11대 김덕주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의 부동산 투기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 이후 윤관·최종영·이용훈·양승태·김명수 등 역대 대법원장들은 모두 임기를 채웠다. 이 과정에서도 사법부와 정치권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좌편향 논란'으로 맞섰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탄핵 언급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임기를 마쳤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원칙주의자로 꼽히며 재판에만 몰두해온 법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은 그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에서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탄핵소추안을 준비 중이라고 공개했고, 여권에서도 탄핵 카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