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5년간 77조3000억원을 국내와 해외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밝힌 같은 기간 투자계획보다 7조원 더 늘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위협을 투자 확대로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77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장기 재무 전략을 발표했다. 설비 투자가 38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연구개발(R&D) 30조9000억원, 전략투자 8조1000억원 등이다.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투자 규모(70조3000억원)와 비교하면 설비 투자액은 5조원 더 늘렸고, R&D와 전략투자도 각각 1조9000억원, 1000억원 증액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시장인 미국 투자액을 기존 11조6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 등을 증설하는 데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연결기준)을 최대 9%로 지난해(8.1%)보다 0.9%포인트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드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판매를 늘리고 현지 생산 확대로 원가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5~6%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초 밝힌 기존 전망(3~4% 증가)보다 상향됐다. 반면 지난 4월부터 미국이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한 영향으로 올해 추정 영업이익률은 7~8%에서 6~7%로 낮췄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