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빅테크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에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중국이 미국에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소식통 두 명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지난 2월 시작한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당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구글 조사에 나섰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시장 지배력과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왔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에 나온 조치인 것이다.
그런 만큼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전격 중단한 것은 미·중 갈등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시사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최근 마드리드에서 열린 4차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욕심을 내는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이와 관련해 직접 통화하며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이번엔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까지 중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과의 ‘강 대 강’ 대결을 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협상에서 유연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아직 이 결정에 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화해 제스처를 보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칩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엔비디아에는 칼을 겨누고 있다.
엔비디아 칩에 대해 ‘백도어’ 설치 의혹을 제기하며 도청과 해킹 위험을 주장한 데 이어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를 강화했고,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칩을 사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인 엔비디아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구글 등 다른 빅테크에는 공격을 자제하는 양면 전술을 펼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