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2차전지도 '들썩'…코스피, 첫 3500 보인다

입력 2025-09-18 17:27
수정 2025-09-29 16:40

코스피지수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결정 직후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우며 상승 추세를 견고히 했다. 반도체 업종 주가 상승세가 뜨거웠고, 기존 주도주인 지주·금융·조선·방산·원전 등이 뒤를 받쳐주며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외인,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싹쓸이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 오른 3461.30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전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1.1% 더 오르면 전인미답의 3500대에 진입한다. 코스닥지수도 1.37% 상승한 857.11에 마감했다.

외인·기관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은 ‘반도체 투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모처럼 2차전지와 인터넷 대형주도 고르게 뛰어 지수를 밀어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3510억원)와 삼성전자 우선주(432억원)는 이날 외국인 순매수 종목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집중 쇼핑’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까지 본주를 3조2688억원 순매수했고, 우선주는 3002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해당 기간 외인 순매수 4위로, 5위 현대로템(2571억원)을 앞선다.

SK하이닉스 또한 이날 5.85% 급등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35만닉스’를 기록했다. 전날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4.17% 내렸지만 조정폭을 하루 만에 모두 회복했다.

증권가에선 단숨에 코스피 주도주로 등극한 반도체의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AI) 사이클이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일반 메모리 수요도 견인하고 있어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SK하이닉스의 외로운 랠리였지만 최근엔 삼성전자에 이어 소재·부품·장비주까지 급등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업종은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싼 AI주”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증시 온기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한 2차전지와 인터넷 종목도 오름세를 보였다. 포스코퓨처엠이 4.57% 올랐고 LG에너지솔루션(1.29%)과 삼성SDI(2.45%) 등 셀 업체도 강세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14%, 3.52% 상승했다. LG전자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공급망에 포함될 것이란 루머가 나오며 5.52% 급등했다.

Fed가 금리를 인하해 증시 전반적으로 온기가 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보험성 인하’를 강조한 것처럼 여전히 경기가 양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 직후 외국인이 매수세를 나타낸 점이 긍정적”이라며 “경기의 급격한 침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말로 갈수록 국내 정책 불확실성도 사라질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의 세율 인하 등이 이뤄지면 지주회사, 금융회사 등 수혜주가 같이 올라 또 한 번 강한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대만은 경제 규모가 우리의 절반 수준이지만 증시 시가총액은 더 높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시행한 2018년부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는 부담이다. 역대급 상승장에서도 개인은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8781억원을 순매도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