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현실과 맞지 않는 대출 규제(6·27 부동산 대책)로 신혼부부의 부담이 커지고 주거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고 정부를 공개 비판했다.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정책을 두고 “철학이 다르다”며 각을 세운 지 1주일 만이다.
오 시장은 이날 SNS에 올린 ‘신혼부부의 꿈을 막는 정책,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란 글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미리내집’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리내집은 신혼부부가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최대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이다. 올해 청약 경쟁률이 최고 759.5 대 1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오 시장은 “정책대출인 버팀목(전세) 대출은 보증금 4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지만 서울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는 4분의 1에 불과하다”며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다른데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6·27 규제 이후 대출 한도가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줄어 문제가 더 커졌다고 했다. 정부는 “낮은 금리로 거액을 빌려주는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된다”며 신혼부부와 신생아 특례 대출 한도를 크게 줄였다.
오 시장은 “성북구 미리내집은 자기 자금 9000만원이면 입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1억4000만원이 필요하다”며 “집값 억제와 무관한 장기전세까지 묶어 신혼부부의 짐만 키운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집값 잡기’와 무관한 ‘주거 안정’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신혼부부의 꿈까지 짓누르는 규제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이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에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7 주택 공급 방안’과 서울시 방안의 차이점에 대해 “정비사업은 주민이 주축이 되고 서울시는 최대한 행정적으로 돕는 것이 철학”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직접 하면 속도가 더 날 것 같지만 사실 여태까지 시행착오를 겪은 것을 쭉 돌이켜보면 속도가 더 더뎠던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의 철학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